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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임란 때 경상도 근해에서 조선 수군과 왜군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부산진과 가까운 거제 앞바다는 7년 내내 피로 물든 격전지였다. 경남도가 지난 2008년 거북선 찾기에 나선 역사적 배경이다. 특명을 받고 탐사에 나선 한국수중공사는 이듬해 10월까지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해저를 샅샅이 훑었다.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한 칠천량 바닥에 침몰한 거북선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탐사 전문가들에, 최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이런 낭패가 없다. 배 모양 흔적은 물론 선재로 쓰였을 나무 판지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밥그릇과 술병 등 7점을 인양한 게 고작. 그나마도 임진왜란 당시 수군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애매한 감정이 나왔다. 용역비 2억4천만원, 탐사비 1억4천만원을 쏟아부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 성금 8억원은 행사비·경비로 녹아내렸다.

헛발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제시는 2010년 국·도비 20억원을 들여 거북선을 제작했다. 길이 25m, 폭 8.67m, 높이 6.06m 크기다. '1592 거북선'으로 불렸는데 수입 목재가 섞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짝퉁 논란이 일었다. 한 업체는 국산 소나무가 아닌 수입산을 써 10억여원 차익을 남겼고, 대표는 구속됐다.

불량 거북선이 지난 16일 경매에서 154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시초가 1억1천750만원에 시작됐으나 7차례 유찰되면서 제작비 0.077%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무게가 100t이 넘는 거북선을 관리하는데 1억5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번에도 주인을 못 찾으면 폐기 처분키로 했던 거제시는 한숨 놨다는 표정이다.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 전시된 거북선도 빗물이 줄줄 새면서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2014년 26억원을 들여 실물 크기로 만들어졌다. 내부엔 무기류 318점, 인물 모형 30점, 체험복 4벌 등이 갖춰졌는데, 시가 복구비 1천300만원으로 긴급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거북선 마케팅이 잇따라 헛발질을 하면서 수십억원 혈세가 낭비됐다. 전시행정,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코미디보다 더한데, 충무공은 웃을 수 없을 것이다. 천박한 역사 인식에, 과욕이 더해져 임란 신화(神話)에 먹칠을 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