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 괴담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조건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행되면서다. 광우병 위험이 증폭되면서 불안이 확산했다. 일부 매체는 허위·과장보도를 반복했다. 전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위가 격화했다. 공중파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이 기폭제가 됐다. 광화문 거리는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촛불로 뒤덮였다. 어린 학생이 "서른 살까지 살고 싶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주부들도 있었다. 정부가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하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다. 뒤늦게 '내용이 과장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한우만 팔던 식당들도 미국산을 추가했다. 값비싼 한우를 대신할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 가정에서도 자녀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구워 먹는 게 일반화됐다. 2019년 전체 수입 소고기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이었다. 한때 전체 수입량은 줄었으나 미국산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여론조사기관이 소비자 인식조사를 했는데,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지난 20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도축장에서다. 미국 농무부는 광우병 감시 프로그램에서 도축 부적합으로 분류된 소를 검사한 결과 광우병 발병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소는 폐기돼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지역 소고기는 한국에 수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현물 검사 비율을 3%에서 1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에 확인된 광우병은 비정형이다. 오염된 사료를 먹어 발생하는 정형 광우병과 달리 8살 넘는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형의 인체감염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선 지난 2018년에도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검사 비율을 10%로 확대했다. 그래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선 안 된다거나 소비량이 줄지도 않았다. 언론도 그때나 지금이나 무덤덤하다. 괴담 소멸, 다행한 일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