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40% 이상이 월경 때 심한 통증 등 증상을 경험하지만,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는 잘 받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이 펴낸 '한국 여성의 월경·폐경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거주하는 여자 청소년 961명과 성인 2천137명 등 3천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자 청소년의 42.6%가 심한 월경통을, 성인의 46.1%가 심한 월경전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월경 이상 증상은 심한 월경통, 월경전 증후군, 비정상 자궁출혈 등을 포함한다.

하나 이상의 심한 월경이상 증상을 경험하는 여성은 청소년이 503명, 성인이 1천266명이었고, 이들 중 과반수(청소년 62.4%, 성인 59.2%)가 진통제 구입 등을 위해 약국을 간다고 응답했다.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으로는 청소년이 25.5%, 성인은 23.5%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심한 월경이상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다고 답한 여자 청소년은 9.9%, 성인은 28.5%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을 찾지 않는 이유로는 '진통제로 조절이 가능하다', '증세가 가볍다', '시간이 없어서', '진료 자체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었다.

보고서는 "심한 월경이상 증상을 경험하더라도 아무 대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증상의 원인이 자궁내막증이나 근종 등의 자궁병변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적절한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 생식기계 질환으로 인한 월경이상은 진단이 늦어지면 향후 수술 등의 침습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를 받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고, 청소년과 성인 여성들이 필요하면 충분히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약 40년을 월경을 하면서 보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경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인권의 관점에서 보고 정보나 용품,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등의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