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지사는 줄곧 국무회의 배석을 요청해 왔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중 서울시장만 참석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1천400만 수장으로서 당연한 주장이나 수용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어떤 정부도 성공해야 한다'는 지사 말보다 거친 입에 주목한다. 현 정부가 정례 국무회의에 부를 일은 없을 듯하다.
지난 3월 삼성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안을 발표했다. 부지가 710만㎡(200만평)를 넘고, 300조원 넘게 쏟아붓는 원대한 구상이다. 원삼 SK하이닉스 반도체 이전에 이은 초대형 호재에 전역이 들썩였다. 두 달 새 아파트 호가가 1억원 이상 뛰었다.
이천-용인-화성-평택을 잇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벨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김 지사는 지원 의사를 밝혔고, 반도체 전담조직을 출범시켰다. 산단 조성에 따른 광역교통망 확충, 배후단지에 속도를 내려면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 도는 개발 역량이 입증된 GH가 공동시행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도의회는 GH 참여를 보장하라는 건의서를 냈다. 하지만 정부는 산단조성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단독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를 배제한 것이다. 전국 15개 후보지 중 11곳은 LH와 지방공사가 공동시행한다. 지역에선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도를 패싱(Passing)한 게 아니냐"고 술렁인다. 야당 지사에 대한 불만과 경고라는 거다.
김동연, 비전·정책·리더십 '3無 정권' 비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GH 의도적 배제"
지난달 수원·용인·성남·화성시장이 서울시장과 만났다. 지하철 3호선을 화성까지 연장해 달라고 청원했다. 장애물인 수서차량기지 문제는 진전이 없었다. 서울시는 노선연장을 위한 전제로 차량기지 이전 카드를 내민다. 다들 지하철은 타고 싶지만 내 동네 차량기지는 안된다지 않는가. 기초단체장이 짊어질 무게가 아니다. 어렵게 갔는데, 빈손으로 왔다.
김 지사는 올해 초 이들 단체장과 광역교통 협약을 맺었다. 3호선 연장에 힘을 합치자며 손을 잡았다. 지사는 정당과 지역을 넘어선 '협치'로 난제를 풀어내자고 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면담 자리에 가지 않았다. "뭔 힘을 합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김포 골드라인은 공포의 지옥철이다. 대체 수단이 없는 외통수라 출근길은 초만원이다. 핼러윈 참사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아우성에 정부가 깜짝 놀랐다. 시내버스 증차에, 버스 전용차선 확대, 수상택시까지 쏟아져 나왔다. 국토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지옥을 체험했다. 마침 미국을 다녀온 김 지사는 심각성을 상기하며 도 차원의 적극 대처를 주문했다. 중앙정부 움직임을 보고 대응하자며 중장기 대책을 지시했다. 5호선 연장과 간선 급행버스체계 도입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사는 김포에 가지 않았다. 참모진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실효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라고 한다. 행사장을 찾는 것과 시민이 압사 지경인 현장을 방문하는 건 다른 얘기다. 직접 타보지 않고는 실상을 체득할 방도가 없다. 현장을 다녀온 기자와 전화로 취재한 기자가 같은 기사를 쓸 수 없는 이치다. 이러니 재탕 보고에, 뻔한 대책이 논의되고 지시되는 것이다.
독설과 달리 정작 도내 현안엔 움츠러들어
도민복리 침해하고 도정 막는다면 싸워야
대통령을 향한 김 지사의 독설은 야당 대표급이다. 내치와 외교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작 도내 현안엔 움츠러든다. 국가산단에 도(道)가 따돌림됐는데 별 반응이 없다. '이재명 지사였다면' 하는 이들이 있다. 도민 복리를 침해하고, 도정을 막아선다면 대통령이든 중앙정부든 'NO'라 하고 싸워야 한다. 도의회는 지사 핵심사업인 '예술인 기회소득'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한 지사가 머쓱하게 됐다.
대구시장은 패배를 안긴 대통령과 '끝까지 동행'을 외쳤다. 민주당 호남 광역시장은 김건희 여사에 행사 참석을 보챘다. 자존심을 버리고 정치적 자해를 마다치 않은 정치 노장들의 면모(面貌)다. 큰 꿈을 가진 정치인에 관료 출신 도지사, 서툴고 어정쩡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