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인천의 근대 건축물 중 하나가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4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260번지 일대에 있는 제국제마주식회사(帝國製麻柱式會社) 사택은 올해 안에 철거될 예정이다. 사택이 있는 지역이 '학익3구역 재개발 정비 사업' 부지 내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제국제마주식회사는 1939년 인천에 진출해 방직공장을 세웠다. 일제강점기 대부분 방직공장이 동구 만석동과 화수동에 지어진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지금의 학익동 동아풍림아파트 부지에 공장을 뒀다.
사택은 공장 건립과 비슷한 시기에 31동 61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동편은 조선인의 사택이었고, 서편은 일본인을 위해 만들어진 사택이었다. 현재는 일본인 사택 2동과 조선인 사택 5동이 남아있다.
학익3구역 제국제마주식회사 건물
정비사업 포함… 연내 사라질 예정
역사학계는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이 인천에 있는 일제강점기 사택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인과 조선인 거주지가 나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한다.
일본인과 차별받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사택은 1채당 58.08㎡ 규모인데, 조선인 사택은 28.76㎡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인 사택은 공간이 비좁았으나 연립주택이나 합숙소 형태로 운영됐다고 한다.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은 일제강점기 노동자들의 주거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사료이지만, 보전되지 못한 채 조만간 철거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사택 주변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고, 본격적인 철거 작업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학계 "보존 어려우면 기록화라도"
미추홀구 "사서 편찬때 이미 조사"
역사학계에선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을 보전하기 어렵다면 '기록화 작업'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역사박물관 홍현도 학예사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거주지가 명확하게 구분된 것은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이 유일하다"며 "철거 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현장 조사를 통해 역사적인 가치를 기록하는 작업을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추홀구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최근 '미추홀구사'를 편찬하면서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에 대한 자료를 일부분 조사했다"며 "추가적인 기록화 작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