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엔 하느님이 바쁘셔서 대신 보낸 사람이 엄마라 했는데, 술은 악마의 선물이라 했다. 술을 마시면 양처럼 온순한 단계를 지나 사자처럼 포악해지고,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이윽고 돼지처럼 추해진다 했다. 악마가 네 동물의 피를 섞어 인간에게 준 선물이 바로 술이란다.
술 취한 개를 경계하는 금언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의 문화에서 술은 사회생활의 윤활유이며, 고통의 치유제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찬양받았다. 우리 음주문화도 남부럽지 않게 너그럽다. 작취미성의 남자들은 어제 벌인 주정과 주사를 안주 삼아 해장 술로 쓰린 속을 달랜다. 음주천국의 불문율인 주취감경을 법으로 인정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세상이 변했다. 술 권하는 사회의 권력을 거부하고 술 취한 개들의 폭력에 저항하는 시대는 낯설지만 확실한 추세다. 음주문화를 떠받쳐 온 전체주의적 사고와 전제적 억압은 꼰대의 퇴행으로 전락했다. 음주 범죄를 가중 처벌하자는 사회적 각성이 대세다. 그래도 음주사고와 소동이 끊이지 않는다. 대물림해온 음주문화의 뿌리는 워낙 깊다.
민주당 소속 부천시의회 남성 의원이 음주 사고를 쳤다. 호남에서 열린 시의회 의정연수 만찬에서 술에 취해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을 희롱했다. 첫날엔 여성 의원 가슴에 부침개를 던진 뒤 "내가 떼어 주냐"고 했단다. 이튿날엔 또 다른 여성 의원을 신체 접촉으로 괴롭혔는데, 이 장면이 전국민에게 공개됐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태로 심란한 이재명 당 대표가 즉각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시의원은 곧바로 탈당했다. 그러자 경기도당은 탈당 후에도 징계절차를 지속한다 하고, 시의회 민주당 의원 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응만 보면 전대 돈봉투와 코인사건 보다 시의원의 음주 성추행을 훨씬 심각하게 보는 모양새다. 만만해서인지, 시대의 반영인지 헛갈린다.
피해를 당한 여성의원들에 대한 사과가 없어 아쉽다. 시의원은 탈당해 도망갔으니, 민주당 중앙당이든 도당이든 민주당 시의원들이든 정중하게 사과했다면, 일벌백계의 진정성이 더욱 깊어졌을 테다.
주정뱅이 시의원이 자신의 신세를 망친 것은 물론 중앙당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악마의 선물, 술이 이렇게 무섭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