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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스테디 꿀 소재다. 악당 범죄집단이 마약을 거래하거나 투약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다. 변호사, 의사, 사업가 등 상류층 인사들이 종이에 싸인 흰색 가루를 흡입하는 컷도 흔하다. 2014년 제작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배우 '매트 맥커너히'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식사를 하다 면봉으로 백색 가루를 코로 들이키는데, 마약의 대명사 코카인이다.

종류가 다양하나 크게는 천연과 합성으로 나뉜다. 원재료에서 추출한 대마, 아편,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은 대표적인 천연마약이다. 헤로인은 진분홍 양귀비를 정제한 것이다. 합성 마약은 다른 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제약사들이 의약 목적으로 개발했다.

마약은 강력한 진정·진통 효과로 인해 마취제로 쓰인다. 식욕 억제제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수면 촉진제로도 활용된다. 문제는 강한 중독성과 심각한 부작용이다. 환각·환청에 신체 조정력을 상실하는 등 통제 불능이 되고 과할 경우 죽음에 이른다. 모든 나라가 치료 목적 외에는 유통과 투약을 허용하지 않고 엄벌하는 이유다. 아편 전쟁의 피해자 중국은 극형에 처한다.

마약류 투약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련 증거가 이미 상당수 확보됐고, 기본적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도 감안했다고 한다. 경찰은 유씨가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마약류 5종을 투약한 것으로 본다. 수년 전부터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 한다. 유씨는 대마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마약류는 부인하고 있다. "법원은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냐"는 말이 나온다.

유씨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그동안 수차례 출두를 미뤄 경찰이 체포를 압박했는데 무엇을 반성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대형 로펌이 돈값을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일각에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그게 더 걱정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