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회생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25일 '찾아가는 전세피해 상담부스'가 차려진 인천 미추홀구 도화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46)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구속된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오피스텔에 2018년 11월 전세보증금 8천5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그는 전세보증금 중 6천8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마련했다.추가 대출은…
자영업을 하며 홀로 3명의 자녀를 키우는 김씨는 전세사기 피해로 개인 회생까지 고려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그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저리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전세피해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업 때문에 미뤄오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하고자 잠깐 시간을 내 이곳 센터를 찾았다. 대환대출을 위한 전세피해확인서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만 받을 수 있다.
그는 "그동안 저리 대출을 받지 못해 6개월 단기로 겨우 전세 대출을 연장했고, 매월 6%대의 이자를 내고 있다"며 "하루 벌어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고 있다. 도시가스요금도 밀렸고, 오피스텔 관리비도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저리 대출 피해확인 절차 까다로워
경찰·법원 등 여러 관공서 '뺑뺑이'
경찰·법원 등 여러 관공서 '뺑뺑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이 네 번째다. (5월25일자 1면 보도=벌써 네명째… '극단적 퇴거' 언제까지) A씨 전세보증금은 6천500만원이었는데,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잃어버릴 처지였다.
A씨는 지난달 부평구에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아가 보증금 반환에 대한 법률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씨처럼 경찰에 고소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저리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경찰서나 법원, 전세사기 피해센터 등 여러 관공서를 돌아다녀야 한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좌절한 피해자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로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에 처했고, 전세보증금 대출을 상환하라는 독촉도 은행으로부터 받고 있다"며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10년 무이자' 특별법 통과에
'빚에 빚 더하기' 비판… 실효성 촉구
'빚에 빚 더하기' 비판… 실효성 촉구
25일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에선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이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내용이 포함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이 '빚에 빚 더하기'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안상미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특별법을 통해 최우선변제금만이라도 우선 변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더 받으라고 등을 떠밀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