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서민 술' 소주가 인상 이슈의 중심에 섰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부터 병뚜껑 등 원부재료 가격이 올라서다. '소주 1병 7천원 시대'도 조만간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소주 원료인 조주정에 할당관세 0%를 적용키로 하는 등 먹거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대한주정판매는 지난달 주정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주정은 쌀 등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제조하는 소주의 주원료로, 소주업체들은 대한주정판매를 통해 주정을 구매한다. 통상 주정 가격 인상은 소줏값 상승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2월 대한주정판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가격 급등, 물류비 인상 등의 이유로 주정 가격을 평균 7.8% 올렸다. 같은 달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 진로이즈백 공장 출고가를 7.9% 인상했다. 한달 뒤인 같은 해 3월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도 처음처럼 출고가를 7.7% 올렸다.

주원료 주정값, 평균 9.8% 인상
병·뚜껑 등 원부재료 값도 껑충
정부, 조주정 할당관세 0% 적용

올해 들어 소주병 가격이 오른 점도 소줏값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제병업체들은 지난 2월부터 병값을 기존 180원에서 220원으로 순차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인상률은 22.2%다. 지난해 말엔 병뚜껑 가격도 상향조정됐다.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두루 있는 것이다.

주류업체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정 등 다양한 인상 요인이 계속 더해지는 만큼 가격 상승을 유보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소비자 가격이다. 주류업계가 소주 출고가를 100원가량 올리면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가격은 1천~2천원 가량 인상된다.

각종 먹거리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소주 가격마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30일 할당관세령과 시장접근물량 규칙을 개정해 올 하반기까지 조주정에 할당관세 0%를 적용키로 했다. '서민 술' 소주에 대한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취지다. 이밖에 수입 돼지고기 4만5천t, 설탕 10만5천t, 고등어 1만t에 대해 할당관세를 0%로 하기로 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