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서 '운명이다'의 한 문장이다. 그러나 박제된 문장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시민들의 원하는 바를 잘 읽었듯 고졸의 그를 대통령으로 세운 시민들은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나라', '정경유착, 반칙, 특혜, 특권이 없는 사회'를 바랐다.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 대통령 이후의 세상은 더 이상 권력에 기댄 갑질, 좋은 부모에게 기댄 하이패스, 편파적 법의 집행, 특권과 예외 등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여지없이 여론의 힘으로 몰아내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노 전 대통령의 14주기에 참석해 한 추도사처럼 "그렇게 사랑방 정치, 제왕정치의 막을 내리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새 정치시대의 문을 여셨다."
이 역사의 흐름을 놓고 되새겨봐야 할 것이 있다. 지난달 13일 대법원은 시민단체들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공개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시민단체에 제공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놓은 한 수로 명확해진 '권력은 아래로' '공정한 법 집행'의 흐름에서 보면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소송을 낸 것도, 그에 대해 지난 4월13일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도 자연스럽다.
다만 검찰이 이 판결이 나온 뒤 12일이 지나서 '2개월 뒤, 출력물의 형태로 제출하겠다'고 답한 것은 검찰 집단이 얼마나 시대와 동떨어져 있는가를 역설할 뿐이다.
검찰은 일단 오는 6월13일에서 25일 사이에 관련 기록을 그 시민단체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이 역사상 처음으로 햇빛을 보게 될지, 아니면 판결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줄다리기를 이어갈지 역사의 다음 수가 기대된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