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30대 여성 셀럽이 학력위조 의혹을 받았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된 인물이었다. 광주비엔날레 총괄 감독이 되면서 학력이 날조됐다는 풍문이 돌았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가짜 박사로 판명됐다. 그녀와 밀회를 했다는 장관 출신 청와대 인사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전국에 학력 검증 광풍이 불었다. 연예인, 교수, 사회 지도층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학벌 좋은 유명인들이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집요한 추적에 지친 여배우는 '이대 나온 여자가 아닙니다'라고 자백했다. 명문대를 나왔다는 방송인, 의대에 다녔다는 배우, 대학을 나왔다는 만화가가 거짓을 고백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멀쩡한 연예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폐단도 있었다. 그룹사운드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는 스탠퍼드대 학사와 석사 통합과정을 조기 졸업했다.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2009년 한 네티즌이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자 명단을 확인해 보니 타블로가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카페를 만들어 마녀 사냥에 나섰다. 졸업장과 학력 인증서, 성적 증명서, 교수 확인서, 기숙사 동영상이 증거로 제시됐으나 누리꾼들은 믿지 않았다. 타블로는 카페 운영자를 고소했으나 회원들은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수년이 지나 허위 주장으로 결론이 났으나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집단의 비이성적 가해로 타블로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페북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공개했다. 허위학력 의혹이 번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모 유튜브 채널은 이 전 대표가 하버드에 입학은 했으나 졸업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다고 하는데, 당시 하버드대에는 복수전공 제도가 없었다고 한다.
타블로에 이어 이 전 대표가 표적이 됐다. 심리학계는 부와 명예, 성공을 이룬 젊은이에 대한 질투가 표출된 것이란 견해다. 이준석은 "어차피 또 위조라고 난리 치겠지만"이라며 "10억 내기라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벌거벗은 몸으로 대중 앞에 서야 하는 게 공인(公人)의 숙명이다. 억울해도 감정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고의로 헛소문을 퍼트렸다면 엄벌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