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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중 독일은 1940년 9월 7일부터 이듬해 5월 10일까지 런던을 무자비하게 공습했다. 런던 대공습이다. 영국 국민은 강인하게 버텼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일제히 대피했다가, 폭격이 끝나면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했다. 직장인들은 지하철역에서 숙식하며 출퇴근을 했고, 우유배달부는 배달을 빼먹지 않았다. 런던 시민들은 전시 표어인 'Keep calm and carry on'대로 동요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대도시에도 수시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알리는 공습경보가 울린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다. 지난해엔 전쟁통에 새 시즌을 시작한 프로축구 경기가 공습경보로 네 번이나 중단된 끝에 4시간 27분만에 경기를 마쳤다는 외신보도도 있었다.

그칠 날 없는 공습 사이렌으로 전 국민이 노이로제에 시달려도, 일상의 유지로 항전의 의지와 승전의 희망을 이어간 나라들은 승전국이 됐다. 전쟁 중에도 일상을 유지하려면 국민이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면 전쟁을 수행할 동력이 흩어진다. 강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고전하는 이유다.

어제 오전 6시 29분께 북한이 대한민국 서해 쪽으로 우주 발사체를 발사했다. 정찰위성을 탑재했다는 발사체 일부가 한중 중간해역에 낙하했고, 북한은 실패를 자인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경계 발령에 실패했다. 행정안전부는 발사 직후 백령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서울시도 6시41분 문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그런데 행안부는 7시3분 서울시 경계경보가 오발령이라는 공지 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가 혼란에 빠졌다. 새벽을 강타한 사이렌과 문자 경계경보에 놀라 TV를 켰지만 아무 정보도 없었고, 네이버는 트래픽 폭주로 먹통이었다. 서울시 경계경보는 발사 시점에서 한참 늦었고, 무작정 대피만 강조했지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그마저 오발령이었다. 일본은 발사 1분 뒤 '북한 미사일 발사'와 '지하 대피'가 명시된 경계경보를 오키나와현에 발령했다.

실제 상황에서 늑장 발령과 오발령은 국민 안전에 치명적이다. 경계경보는 전시 중 일상 유지의 기준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불신을 쌓으면 최악의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어디에 구멍이 난 것인지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시스템을 완벽하게 고쳐야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