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 제작사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인천 옹진군 사승봉도 해안사구에 허가 없이 가설 건축물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적인 해안사구와 모래 해변이 빼어난 곳으로 꼽히는 사승봉도를 포함한 이 일대 대이작도 주변 해역은 정부가 2003년 12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보호구역에서는 건축물이나 인공구조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해서는 안 된다. 공유수면이나 토지 형질을 변경하는 것도 금지된다. 군사 목적이나 학술적 조사를 할 경우에만 행정기관에 인허가를 받아 건축할 수 있다.
제작사, 사승봉도에 가설 건축물
해양보호구역 옹진군 허가 안받아
하지만 제작사는 해양보호구역인 사승봉도 해안사구에 컨테이너 6개 등 가설 촬영세트장 건물 10여개를 설치하면서 관할 지자체인 옹진군에 인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작사는 2021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촬영해 왔으나 그동안 옹진군에 관련 허가를 받지 않았다.
제작사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사승봉도는 사유지이지만, 해안 지역은 관련법상 지자체 소유이기 때문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만 가설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이 허가를 받지 않고 공유수면에 건축물을 설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진다.
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
녹색연합 "고의적 식물 훼손 의심"
31일 인천녹색연합은 보도자료를 발표해 제작사가 사승봉도 해안사구에 가설 건축물을 설치하면서 염생식물 군락지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염생식물은 해안가 또는 내륙의 소금기가 있는 땅에 자라는 식물로, 해안사구에 뿌리를 내려 모래들이 바람에 쓸려가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제작사측 "지자체·토지 소유주와 협의해 진행
해양보전구역 인지 못해… 원상복구 후 철수 예정"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대이작도에서도 무허가 가설 건축물이 보일 정도로 해안가와 가까운 지역에 세트장이 조성됐다"며 "사승봉도를 방문한 대이작도 주민들이 고의로 염생식물을 훼손한 것을 의심할 정도로 주변 부지를 정리하고 컨테이너 등 세트장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옹진군은 섬에 설치된 무허가 건축물을 원상 복구하도록 철거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옹진군 해양시설과 관계자는 "무인도인 탓에 가설 건축물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현장을 확인해 위반 사항 등을 점검하고, 가설 건축물을 설치한 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추가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솔로지옥 제작사 관계자는 "지자체, 토지 소유주 등과 협의를 진행해 2021년부터 사승봉도에서 프로그램을 촬영했지만, (사승봉도가) 해양보전구역임을 알지 못했다"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촬영을 해 온 제작사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사승봉도에 있는 장비와 건축자재는 모두 수거하고 원상복구 후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