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 기자는 낮보다 밤, 평일보다 주말·휴일이 더 바쁘다. 근무시간이 경기일정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야구,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경기장에서 취재·보도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열성 팬이라도 전담 기자 3년이면 진저리를 내고 만다. 사회부와 더불어 3D 부서로 꼽히는 이유다.
체육기자들은 술자리가 두렵다. 출입처 상대방의 엄청난 주량(酒量) 때문이다. 씨름이 아니더라도 신장이 큰 농구, 배구계엔 상식을 깨는 폭주파(暴酒派)가 많다.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주량만큼은 밀리지 않는다. 이런 종목 전담기자는 출입처 저녁 회식이 있는 다음날엔 오후에 출근하는 게 관례일 정도다.
술 하면 프로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수년 전, 동갑내기인 홈런왕 이대호와 돌부처 오승환이 방송에 나와 술에 얽힌 일화를 전했다. 사회자가 "비시즌 때 서로가 지지 않으려고 소주 40병을 마신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물었다. 이대호는 "그러면 죽는다"면서도 "둘이서 10병 정도는 마신다"고 했다. 오승환은 "각자 5병씩 마시는데, 금방 없어진다"고 주량을 은근 과시했다. 함께 출연한 정준하는 "나도 연예계 주당인데 이대호와 마시면서 필름이 두 번 정도 끊겼다"고 털어놨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대회기간 음주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 유튜브 채널은 최근 "WBC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이 일본 도쿄에서 호주전 전날과 일본전 전날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연 3일 술집에 왔다는 관계자 증언도 있다. 대표팀은 호주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7-8, 일본전도 4-13으로 패해 짐을 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 3명이 음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 전날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해당자들은 술은 마셨으나 경기 전날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KBO는 국가대표 운영규정을 살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프로스포츠 선수는 알아서 몸 관리를 한다. 경기력이 돈이기 때문이다. 술자리를 즐기는 선수가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자제해야 한다. 기량이 뛰어나도 대회 며칠을 못 참는 선수라면 국대 자격이 없다. 국민들이 "WBC 예선탈락엔 다 이유가 있었다"고 의심하게 됐다. 규정을 위반했다면 엄벌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