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가 인천 북항 항로 준설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이 발견돼 준설 공사 자체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항만공사가 추가 포탄 존재 가능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면서, 준설 완료 후 신규 원유운반선을 도입하겠다는 SK인천석유화학의 계획이 무산될 상황이다.
1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 팔미도에서 북항을 연결하는 인천항 제1항로의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 공사가 올해 2월 중단됐다. 이 공사는 인천 북항 북측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부두를 오가는 원유운반선의 원활한 운항을 위해 추진됐다.
공사에 앞서 인천항만공사와 SK인천석유화학은 항로 준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27억원을 투입해 부두 주변 준설 공사를 완료했다. 그런데 인천항만공사가 준설을 담당하는 지역에서 포탄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SK인천석유화학의 원유운반선 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부두 주변 준설공사 완료후 '8발'
한국전쟁 사용추정 추가매설 의심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2월 준설 해역에서 한국전쟁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 8발이 발견됐으며, 해저에 포탄이 더 있을 것으로 보여 불가피하게 준설 공사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북항 일대 준설 공사는 해저의 흙을 파내는 일반적 방식이 아니라 수십t 무게의 추를 떨어뜨려 암반을 깨부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공사 방식 때문에 해저에 있는 포탄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게 인천항만공사 얘기다.
인천항만공사는 이번 준설 공사가 인근 해역에 매설된 파이프라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파이프라인은 영종국제도시로 유류·가스·상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포탄이 폭발해 파이프라인이 손상되면 인천국제공항과 아파트 단지들이 있는 영종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준설 공사가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언제쯤 재개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해군 탐지 결과 추가 포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토대로 일부 공사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항만公, 영종 피해 우려 '공사 중단'
SK인천석유화학 "무산땐 큰 손해"
SK인천석유화학은 인천항만공사의 준설 공사 중단으로 15만t급 원유운반선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 상황이다. 27억원을 들여 부두 주변 준설 공사까지 마쳤는데, 신규 원유운반선은 도입·운용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해군 탐지 결과 추가 포탄이 발견되지 않은 구역에 대해 일부라도 공사가 재개돼야 한다"며 "비즈니스를 위해 투자를 진행한 상황이라 계획이 무산되면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SK인천석유화학 입장은 이해하지만 공사를 재개하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과거 바다 밑바닥에 묻혀 있던 포탄이 폭발해 선박이 침몰한 사고도 있었던 만큼, 포탄 존재 여부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