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한테 미안하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더 많이 해주고 싶은데…."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좋은 생각만 하고 싶다던 김정연(38·가명·인천 서구)씨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런 엄마를 달래기라도 하듯 소영(가명)이는 김씨 품에서 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막 '백일'을 넘긴 소영이의 가슴에는 흉터가 있다. 성인 새끼손가락만 한 흉터는 작은 몸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소영이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좌 관상동맥 폐 이상 기형'(ALPACA) 진단을 받았다. 한국말로는 번역조차 어려운 생전 처음 듣는 희귀한 병이다. 처음 "심장 박동이 이상하니 검사를 해보자"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도 김씨 부부는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첫째 소인(2·가명)이를 얻은 지 2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만난 축복과 같은 아이. 부디 이상이 없길 간절히 바라며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부부의 바람은 닿지 않았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신생아 30만명 중 1명에게 생길 법한 병. 김씨는 "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후 2주 희귀질환 ALPACA 진단
'갓 백일' 수차례 가슴 대수술·흉터
남편 소득 월 300만원 '병원비 부담'
그날부터 김씨 부부와 소영이의 가장 긴 두 달이 시작됐다. 곧바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았다. 올해 1월26일에 태어난 소영이는 따뜻한 집에도 한번 가보지 못하고 2월17일 차가운 수술대에 올랐다.
10시간이 넘는 대수술. 소영이는 가슴에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에크모(ECMO)'를 달고 수술방을 나왔다. 소영이는 그 후에도 몇 차례 수술을 더 받았다.
김씨는 "수술을 받고 나온 아이의 작은 몸에 주삿바늘이 여러 개 꽂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미안한 마음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중환자실에 아픈 아기를 혼자 두는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매일없이 인천에서 서울을 오갔다. 계절은 봄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아픈 아기를 만나러 가는 길은 엄마에게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졌다.
소영이는 그렇게 한 달가량을 병원에 더 있다가 3월25일 퇴원했다. 수술비와 입원비 등만 2억원이 넘게 청구됐는데, 다행히 건강보험 공제와 한국심장재단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완치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집에 오고도 소영이는 이뇨제, 혈압약 등 갖가지 약을 날마다 먹고 있다. 매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김씨는 4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에서 일했지만, 아픈 소영이와 첫째 소인이를 두고 다시 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남편의 소득(월 300만원)만으로는 병원비 등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씨는 "우울증이나 육아 스트레스 증상도 겪었는데, 소영이를 생각해서라도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며 "소영이를 처음 만났던 '축복' 같은 순간이 다시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032-875-7010).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