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최근 국가무형문화재인 '경기민요'의 보유자로 특정 명창들만 인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경기민요 전승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 중 일부만 인정될 경우 대를 이어 전승되던 경기민요의 맥이 끊길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달 12일 경기민요 보유자로 김혜란·이호연 명창을 인정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에서 주로 불리던 전문 예능인의 노래로 지난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경기12잡가'는 유산가, 적벽가, 제비가, 소춘향가, 선유가, 집장가, 형장가, 평양가, 십장가, 출인가, 방물가, 달거리 등 12곡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재청은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로 묵계월(이경옥), 이은주(이윤란), 안비취(안복식) 3명을 인정했으며, 이들은 경기12잡가를 4곡씩 나눠 보유자로 인정했다.
묵계월 유파(예술계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모여서 이룬 무리)는 적벽가,선유가,출인가,방물가를, 이은주 유파는 집장가,평양가,형장가,달거리를, 안비취 유파는 유산가, 제비가, 소춘향가, 십장가를 전승교육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문화재청, 안비취 유파 김혜란·이호연씨만 보유자 인정
전승교육사들 "계보 통폐합 강력 반대" 탄원서 제출
그러나 문화재정에서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조사를 시행, 최종 후보자인 김혜란(안비취 유파), 이호연(안비취 유파), 김장순(이은주 유파), 김영임(묵계월 유파) 명창 중 안비취 유파만 인정·예고해 전승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전승교육사들 "계보 통폐합 강력 반대" 탄원서 제출
앞서 문화재청은 "(김혜란·이호연 명창 인정·예고하면서)최근 이뤄진 보유자 인정 조사에서 전승 능력, 전승 환경, 전수 활동 기여도 등이 탁월하다고 인정받았다"고 설명했었다.
전승교육사들은 "안비취 유파의 김혜란과 이호연 두 사람이 보유자로 인정된다면 묵계월, 이은주 보유자의 음악은 그대로 전승이 끊기게 될 것"이라며 "계보와 유파는 전통 예술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근간이다. 경기민요 또한 그 계승을 위해 곡목별, 유파별로 전승교육사가 지정됐고 엄연히 다른 소리로 전승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묵계월, 이은주 유파의 대가 끊기지 않고 계속 전승돼 나갈 수 있도록 인정·예고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 인정 등의 조사·심의에 관한 규정 등 절차를 거쳐 인정·예고한 것"이라면서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검토 후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정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유혜연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