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고석, 외설악
박고석 作 '외설악'.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단순한 형태로 산의 정기를 그려낸 '산의 화가' 박고석은 평양 숭실중학교에서 회화를 배우고 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1950년대 도시 풍경을 그렸는데, 두꺼운 붓 터치와 표현주의적 경향으로 황량한 피난지의 풍경을 그려낸 '범일동 풍경'이 대표적이다.
 

박고석은 김환기, 한묵 등과 함께 현대 회화의 이념을 전위적으로 고찰하고자 했던 미술 동인 '모던아트협회'를 창립하고 이 시기 선을 강조한 추상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추상회화에 회의를 느낀 그는 작품 활동을 잠깐 중단하기도 했다.

1974년 공간화랑에서 도봉산과 설악산의 사계절을 그린 24점의 작품을 전시한 뒤 산의 화가로 알려진 박고석에게 산은 치유와 기쁨, 감격을 경험하게 하는 대상이다.

같은 이름으로 수차례 제작한 '외설악'은 산의 위용과 숭고함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으며, 야수파와 같은 투박한 선과 역동적이고 강렬한 색으로 산의 청명하고 우람한 정기를 담아내고 있다.

박고석, 1960년대 추상 회화 중단… 투박한 선·강렬한 색 '산의 화가'로 명성
오지호, 한국적 인상주의 구현 평가… 항구 풍경 주로 그린 후기 다양한 실험
유영국, 순수한 조형미 부각 '산 연작' 선·색·면 기본적인 요소들 조화·긴장

오지호, 여수항 풍경
오지호 作 '여수항 풍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오지호는 호남 지역 미술사를 비롯해 한국 근대 미술사에 큰 영향력을 지닌 작가로, 한국적 인상주의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유학시절 그는 자연 풍경과 빛의 변화, 빛과 색의 관계 등을 탐구했다.

그는 '생명력 있는 선'과 '명랑한 색'을 사용해 조선의 정조를 표현하고자 했는데, 초기 작품은 주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자연을 화제로 한 농촌 풍경화였다. 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농촌 풍경을 그렸으며, 이러한 그의 초기 풍경화는 자연주의적 풍경화로도 평가받는다.

이후 후기 작품으로 오지호는 항구 풍경을 많이 그렸다. 이 시기 작품은 밝고 경쾌했던 초기 회화와 어둡고 우울했던 중기 회화를 벗어나 다양한 회화 실험을 거친 그의 기량을 보여준다.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여수항 풍경'은 붓 터치로 바다 물결을 표현한 표현주의적 성향과 배와 사물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드러나는 인상주의적 성향을 모두 살필 수 있으며, 작가의 주정주의적 회화관을 종합적으로 엿볼 수 있다.

유영국, 산
유영국 作 '산'.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제공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인 유영국은 1943년 일본에서 귀국 이후 1947년 '신사실파'에 이어 1957년 '모던아트협회' 결성에 주축이 되며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 운동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 속 단순한 형태로 환원된 자연은 궁극적으로 추상적인 내적 세계의 미(美)와 화면 안의 조화를 탐구하는 주제로 볼 수 있다.

단순한 선과 강렬한 원색으로 채워진 회화 '산' 연작은 산이라는 소재에 연원을 두고 순수한 조형미를 부각한 작품으로, 선과 색·면 등의 기본적인 조형 요소들이 만나 조화와 긴장·협주를 이루는 화면을 보여준다.

'작품'은 완전한 절대 추상에서 점차 자유로운 색감과 형태감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같은 계열의 색채 내에서 변주를 더하고 있어 '색채의 마술사'라는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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