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된 공사현장의 지붕구조물은 콘크리트 슬래브로 지난해 7월 콘크리트 타설과 시공작업을 진행한 후 9개월가량 경과되었다. 슬래브 두께도 300㎜로 상당히 두껍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너진 지점 상부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한 달 전부터 붕괴 이틀 전까지 두께 1m의 토사를 붓는 성토작업을 진행했었다. 사고 발생 시간이 늦은 밤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후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천 시공아파트 철근 누락 지하주차장 붕괴
GS건설, 부실 인정했지만 건설부조리 아직도
5월9일 GS건설은 자체조사 결과를 근거로 부실시공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천장을 지탱하는 철근들이 설계와 달리 누락되었는데 철근들이 누락된 지점이 30여 곳이란다. 15개월 전 17명의 사상자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기억이 생생한데 GS건설에서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모골이 송연하다.
GS건설이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상호는 잘 몰라도 '자이'나 '아이파크'는 소위 명품(?) 브랜드로 회자되는 등 도급순위 최상위의 1군 건설사들이다. 불안한 입주 예정자들은 GS건설에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는데 조사결과는 7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5월16일 기자들 앞에서 "조사결과에 따라 최강조치도 불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고강도 조사와 최고징계 운운한다고 건설 부조리가 없어질까?
日 곤고구미 '기본충실 경영' 경제대국 초석
와우아파트 반세기 '천민적 기업가 정신' 여전
일본에는 '곤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는 속설이 있다. 곤고구미(金剛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설업체로 사력(社歷)이 무려 1천430년이다. 제1대 사장 곤고시게미쓰(金剛重光)는 본명이 유중광(柳重光)인 백제인 대목(大木)이다. 일본 쇼토쿠(聖德) 태자의 초청으로 서기 578년에 도일(渡日)해서 593년에 곤고구미를 설립했다. 일본 최고 권력자이던 쇼토쿠 태자는 유중광에게 '곤고(金剛)'라는 성을 하사하면서 오사카 최대 사찰인 시텐노지(四天王寺)의 건축 주도 및 사후관리를 주문한 것이 계기였다. 오늘날에도 곤고구미는 시텐노지의 건물들을 관리하고 있다.
곤고구미의 진가는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때 확인되었다. 1995년 1월17일 일본 효고현(兵庫縣)의 고베시와 한신 일대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서 6천300여 명이 사망하고 1천400억달러의 피해를 냈다. 일본의 지진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지진으로 고속도로·철도·통신시설 등은 물론 10만 채 이상의 건물과 공장들이 파괴되었다. 그런데 한신대지진의 중심에 있던 아카(明石)시의 가이코인(戒光院)이라는 절의 대웅전은 서까래 일부만 약간 비틀렸을 뿐 전혀 피해가 없었다. 가이코인의 주지는 "당시 지진으로 내 몸이 공중으로 30㎝가량 튀어 올랐고 절 담장 40m가 전부 무너졌지만 대웅전만은 온전했다"고 전했다.
가이코인 대웅전은 곤고구미가 건축했다.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제39대 사장 곤고 토시타카는 "곤고구미는 어떠한 공사를 맡아도 기본에 충실한데 특히 보이는 곳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세계 최고(最古) 노포(老鋪)의 비결이다. 곤고구미의 '기본에 충실한 경영'은 오사카상인들의 상도(商道)로 자리매김해서 일본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1970년 4월8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건설 중이던 5층짜리 와우아파트 한 동이 무너져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반세기가 흘렀지만 천민적인 기업가정신은 여전하다. 반(反)재벌정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