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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는 민족문화의 원형이요, 이 땅에서 살아온 서민과 민중이 부르던 노래다. 일을 하거나 연희나 의식을 치르면서 또는 삶의 애환을 담아 부르던 생활문화인 것이다. 정인보·신채호·박은식·안확 등의 국학파(國學派) 이후, 한국문학연구 1세대라 할 수 있는 조윤제·김태준·김재철·고정옥 등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 출신 연구자들에 의해 비로소 근대적 학문 체계 내에서 한국문학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 도남 조윤제에 의해 시가(詩歌) 연구가, 고정옥에 의해 한국민요가 연구되었다. 고정옥의 경성제대 학부 졸업논문이 '조선민요에 대하여'였고, 이것이 후일 한국민요연구의 신기원을 연 '조선민요연구'(1949)의 바탕이 됐다.

민요는 민중의 노래지만, 전문적인 가객(歌客)이 부르던 민요도 있다. 토속민요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면, 통속민요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이 부르는 매우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은 노래라 할 수 있다.

한국민요는 이렇게 토속민요와 통속민요로 분류되지만, 지역에 따라 나눠지기도 한다. 국악계에서는 민요를 경기민요·서도민요·남도민요·동부민요로 대별하며, 이 같이 우리 민요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상태에서 발전하고 전승돼 왔다.

경기민요는 경기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민요들을 통칭하는 말인데, 창부타령(倡夫打令)·방아타령·양산도·군밤타령 등과 유산가·적벽가·소춘향가·집장가 등 12잡가가 있다. 경기민요는 묵계월·안비취·이은주 등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들에 의해 지금에 이르렀으나 문화재청에서 경기민요 보유자로 특정 명창 제자들만 인정하여 경기민요가 위기에 봉착(6월 5일자 7면 보도)했다고 한다.

민요는 행정 편의주의에 따라 재단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민요는 이 땅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부르던, 또 앞으로도 불러야 할 노래다. 유튜브, K-팝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문화와 대중음악에 밀려 전통음악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승보유자 지정에 차별을 둬서 얻을 실익이 무엇인가.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정체성은 증명할 길이 모호해진다. 민요는 우리의 문화원형이요, 문화유전자다. 잘 계승하여 후세에 전해줘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