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5·18 너만 홀로 더욱 빛나거라. 나는 떠난다. 내 5·18속에서 나 혼자 살련다. 나는 운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교수가 2020년 12월 '5·18역사왜곡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발표한 시 '나는 5·18을 왜곡한다'의 끝 대목이다. 이 법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지식인들이 반자유적 입법이라고 반대했다. 모든 이유를 집약하면 최 교수의 시 한 줄이다.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을 저주한다."
민주당 주도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5·18역사왜곡처벌법'이란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개정될 무렵 국회에는 또 하나의 역사왜곡 처벌법안이 심사대에 올랐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천안함 생존장병지원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임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이랬다.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표현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 법안은 불발됐다.
지난 5일 발생한 민주당 혁신위원장 이래경 사퇴 파문이 일파만파다. '천안함은 자폭됐고 미국의 조작이다'. 그는 9시간 만에 사퇴했다. 당 수석대변인 권칠승은 항의하는 전 천안함장 최원일에게 '부하를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냐'고 막말을 했다. 권칠승은 7일 유감을 표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최 함장에 대한 직접 사과엔 함구했다. 당 최고위원 장경태는 사퇴한 이래경에 대해 "잘못된 의견을 제시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허리를 분지른 이래경은 자신을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여긴다. 이재명 대표는 공식 사과가 없다.
5·18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일점일획도 처벌하는 법을 만든 민주당이다. 법이 없어도 천안함도 같은 기준으로 대해야 했다. 민주당은 차라리 그 때 5·18역사왜곡처벌법과 같은 기준으로 천안함 특별법도 통과시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래경을 임명할 일도, 권칠승이 막말로 최 함장에게 신경질 부릴 일도 없었을 테다. 인세의 섭리가 이렇게 무섭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