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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와 유업체의 올해 원유(原乳) 가격 협상을 앞두고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사료 가격 등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오르면서 원유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이 돼서다.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윳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흰 우유 1ℓ 3천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9일 가격협상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원윳값 협상에 착수한다. 통계자료를 토대로 소위원회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같은 해 8월 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축종에서 사료비, 노동비 등 전반적인 생산비가 증가했다. 이 중 우유는 ℓ당 생산비가 2021년 843원에서 2022년 959원으로 13.7% 올랐다.

생산비가 오른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지만, 인상 폭은 기존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부터 개편된 낙농제도가 실행돼서다.

낙농가-유업체, 원유가격 협상
올해 ℓ당 69~104원 사이 논의
소비자가 최대 291원 상승 예고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해 낙농제도를 개편,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반영해 가격을 정하기로 했다. 제도 개편으로 종전보다 원유 가격 인상폭이 완화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원유 ℓ당 69~104원 사이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원유가격이 ℓ당 100원 인상되면 소비자 가격은 인상분의 최대 2.8배 오른다. 협상 범위를 고려하면 소비자 가격은 최대 291원 오를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흰 우유 가격이 지금 2천890~2천990원인 점을 고려하면 원유 가격 조정 시 '흰 우유 1ℓ 3천원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에 따른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원유 가격 협상 이후 아이스크림, 치즈 등 우유를 활용한 식품 가격이 들썩여서다. 가뜩이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우유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트 PB 우유만 사고 있는데, PB 우유 가격도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