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상어 '죠스'로 명성을 얻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래를 보는 예지력이 탁월하다. 1984년 지구에 온 외계인 'E.T'를 비롯해 다수의 SF 영화를 연출·제작했다. 톰 크루즈가 열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와 타이 쉐리던 주연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8년)'도 그의 작품인데, 높은 평점에 흥행에도 성공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은 2054년 워싱턴 거리다. 최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은 범죄가 발생하기 전 먼저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한다.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인물까지 특정해 내고, 이를 토대로 특수 경찰이 잠재적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영화는 눈부신 과학기술문명으로 무장한 인류의 미래가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극 중 프리크라임 팀장인 톰 크루즈는 손가락 하나로 가상의 모니터를 조작하고, 범죄자의 흔적을 쫓는다. 증강현실이 모니터 화면으로 구현되고, 프로그램 영상을 끌어오거나 크기를 조정하는 등 사용자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20년 전, 스필버그가 보여준 미래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지난 5일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헤드셋을 전격 공개했다. MR은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친 증강현실(AR)을 확장한 개념으로, 현실과 가상 간에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애플이 선보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는 컴퓨터나 아이폰의 컴퓨팅 기능을 3차원(3D) 공간에서 구현한다. 사용자는 스키 고글 모양의 헤드셋을 착용한 뒤 눈과 손, 음성을 통해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착용형 공간컴퓨터'라며 아이폰 이후의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1천 명 넘는 개발자들이 7년 넘게 개발에 매달린 끝에 비전 프로를 내놨다. 스마트폰 시장이 시들해지자 가상현실 세계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하는 것이다. 애플은 후속작인 비전 프로를 통해 A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이나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헤드셋은 장시간 착용이 불편하고 불쾌하다. 2시간이 지나면 재충전을 해야 한다. 450만원 넘는 부담스런 가격이다. 비록 출발은 뒤졌으나 삼성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