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는 '이어가게'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고유의 정서와 특색을 담은 오래된 가게를 발굴·지원해 골목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크다. 30년 이상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대부분이다. 경인일보는 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를 찾아 그곳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기획물을 9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문학이용원'은 40여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 정도 되는 작은 이발소에 있는 손 때 묻은 이발도구나 가지런히 놓인 의자는 그간의 세월을 보여줬다.
주인장인 박씨는 문학동 토박이로, 52년 경력의 베테랑 이발사다. 그는 이발사였던 아버지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이용기술로 가업을 잇게 됐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1945년부터 문학동에서 '읍내이발관'을 운영했다.
부친 '읍내이발관' 가업 이어
도구·의자에 손때 묻은 세월
노인된 단골의 추억서린 공간
박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1964년부터 이발소를 이어받아 운영하게 됐다"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읍내이발관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며 바꿔보라고 권유해 '문학이용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는 40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수십년 전 1천원 남짓했던 이발비는 이제 1만원까지 올랐다. 청년 시절 이발소를 찾았던 손님들은 이제 노인이 됐다. 문학동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간 단골손님도 여럿 있다. 주인장의 탁월한 이발 솜씨 덕에 이들은 변함없이 문학이용원을 찾고 있다.
단골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또 있다. 옛날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용원은 손님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인 셈이다.
박씨는 그렇게 50년 넘게 이발소를 운영하며 슬하에 두 아들을 키워냈다. 직접 아들들의 머리를 손질해줬던 그는, 지금은 다정한 할아버지가 돼서 초등학생 손자들의 이발까지 책임지고 있다. 미용실을 자주 가는 친구들을 보면 이발소가 낯설 법도 한데, 손자들은 아기 때부터 박씨에게 이발을 받아왔던 터라 이발소를 더 편하게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따뜻한 추억이 서린 이발소도 인천에 100여개 남짓만 남았다. 대부분 미용실을 선호하는 데다 최근에는 서양식 이발소인 '바버샵'까지 유행하면서 이발소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언젠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르는 이발소이기에 박씨는 힘닿는 데까지 손님들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랫동안 나를 믿고 찾아준 손님이 있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분들을 계속 만나고 싶어요." 박씨는 미소를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