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6월9일자 3면 보도=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기소… 인천항만공사·최준욱 전 사장 '항소' 준비)된 가운데 지난해 인천 강화군 한 포구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이 안전사고를 두고 국가공기업 사장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이유는 최 전 사장이 갑문 수리공사 시공을 총괄·관리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 인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진행되던 수리공사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협력업체 소속 4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法, 공기업 사장에 이례적인 실형
해양쓰레기 수거 관리주체 '핵심'
郡담당자·군수도 처벌 대상 올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로 규정하면서도 공사 발주자는 도급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도급인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인천항만공사는 도급사가 아닌 건설공사 '발주자'로서 안전조치 시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중대재해전문가넷' 권영국 변호사는 "산업안전법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물어왔지만, 대부분 발주처가 도급과 함께 위험을 외주화해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이번 판결은 산업안전법에 명시된 '도급인'을 넓게 해석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발주자'를 자처하며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떠넘긴 공공기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8월 인천 강화군 한 포구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를 주목할 만하다. 강화군은 지난해 한 건설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을 도급했다. 이 건설업체에서 고용한 50대 노동자가 굴삭기로 해양쓰레기를 치우다 바다에 빠져 숨졌다.

노동 당국은 강화군이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의 경영책임자이자 원도급사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강화군을 수사하고 있다. 사업 관리 주체를 건설업체가 아닌 강화군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최 전 사장 판결대로라면 강화군은 발주처가 아닌 사업주가 되고, 강화군청 담당자와 군수 등이 처벌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와 관련해 박선유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해양쓰레기 관리는 지자체의 고유 책무"라며 "지자체 수행 사업인 만큼 강화군 담당자 등을 발주자가 아닌 사업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과거 판례와 비교해 볼 때 발주처에 과도한 형량이 내려졌다"며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등이 발주하는 사업이나 공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