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는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은 국내 유일한 공개 입양 어린이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입양은 감춰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합창단 활동에 힘입어 입양을 대하는 일반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 지인 중에는 입양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이들이 더러 있다. 쌍둥이 자매를 입양한 완주군수와 프로 골퍼로 키운 기업인이 그렇다. 프로 골퍼로 성장한 입양 자녀를 둔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친자식과 입양 자녀를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날 공연은 국외 입양 가족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걱정 말아요 그대, 이제 우리 함께해요"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자 해외에서 온 입양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하나가 됐다.
작년 국내입양 2009년의 14% 수준
노출 꺼리는 미성년부모 아이 포기
보호위한 출생신고 오히려 걸림돌
우리나라는 한때 '고아 수출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호칭을 얻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지난해까지 국외 입양은 16만7천864명이다. 매년 평균 2천300여 명이 해외로 입양됐으니 그럴만하다. 한국은 OECD국가 중 국외 입양이 가장 많은 나라다. 10여 년 전 벨기에 취재 도중 한국에서 입양됐다는 현지인을 만났다. 유럽에서 한국 입양인을 만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보름여 취재기간 동안 의도하지 않아도 한국 입양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어렵고 힘든 시절에 해외로 나간 이들이다. 이따금 친부모를 찾아 한국에 왔다는 사연이 언론매체를 도배하는 건 이 같은 배경에서다. 같은 기간 국내 입양은 8만864명이다.
정부는 2007년 국내 입양 우선 추진제를 도입했다. '고아 수출국가'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였다. 이후 국내 입양은 국외 입양을 앞질렀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매년 열 명 중 네 명은 국외로 입양되는 현실이다. 2021년 만해도 국내 입양 451명, 국외 입양은 189명(45%)을 차지했다. 최근 5년(2018~2022) 동안 국외 입양은 1천182명에 달했다. 주된 사유는 미혼과 경제적 사유다. 3050클럽 가입국가, 경제규모 10위의 국가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문제는 완만하게 늘어나던 국내 입양이 국외 입양과 함께 덩달아 줄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입양은 2009년 1천314명에서 지난해 181명으로 14% 수준에 그쳤다.
인식 개선·법·제도 시스템 정비 필요
입양아·가정 모두 '반갑게 맞아야'
국내 입양이 급감한 원인은 다름 아니다. 입양아 보호를 위해 출생 기록을 의무화한 때문이다. 입양아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현실은 입양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출을 꺼리는 미성년 부모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버리면서 입양을 가로막고 있다. 출생신고를 마친 아동은 입양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보육시설로 간다. 이렇게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아동은 지난해 기준 3천6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새로운 가정을 찾은 아동은 7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시설에서 아동청소년기를 보내야 한다. 입양아 보호를 위해 반드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한 현행법이 오히려 입양에 걸림돌이 되는 역설이다.
입양을 대하는 인식 개선과 함께 세심한 입양제도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입양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행정, 복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21대 국회에는 입양 활성화 관련법이 다수 발의돼 있다. 국내 입양은 지자체가 후견을 맡고, 해외 입양은 보건복지부가 사후 관리하는 '국가 입양 책임제'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초저출생 시대,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가 출생신고를 하는 '보호 출산제'도 대안이다. 입양 아동과 가정 모두에게 입양이 환대가 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