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은 마법의 지팡이다. 지방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수도 이전으로 비화했다. 헌법재판소가 안간힘을 다해 막아서자, 정부의 절반을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 공기업을 전국에 뿌렸다. 20년 동안 경제성 때문에 지지부진했던 동남권신공항을,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켜 불가역적 사업으로 확정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수십년 퍼부었으니 균형 발전의 성과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눈 비비고 볼 정도라기엔 턱없다. 곡식 널던 무안공항은 여전히 적자고, 양양공항은 휴업을 선언했다. 흩어진 공공기관, 공기업은 각 지역에서 새로운 불균형의 거점이 되고 있단다. 부산, 광주 언론들은 여전히 청년들의 수도권 러시를 걱정한다.
천문학적 재정에도 턱없는 지역균형 성과
무관심속 '건설비리 천국' 변질 경인지역
수십년에 걸쳐 지역균형발전이 금단의 성역이 된 동안 경기·인천은 찍소리 못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해제 호소는 냉소와 무관심으로 돌아왔다. 대신 서울에 봉사할 일꾼들이 잠잘 신도시만 잔뜩 늘었다. 복지와 기반시설 비용만 늘고, 건설 비리 천국이 됐다. 규제에 시달린 기업들은 해외로 도망갔다. 특별법으로 호흡기를 달아 줄 정도로 반도체 산업은 위기에 처했다.
지역균형발전은 정치적으로 오염됐다. 지방은 균형의 효과를 의심하고 수도권은 균형의 부작용에 시달린다. 정치적 오염은 정치적으로 정화할 수밖에 없다. 힘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경기·인천 국회의원이 62명이다. 서울을 포함하면 121명이다. 이들이 지역균형발전 담론을 합리적으로 전향시키는데 힘을 합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항상 이 지점에서 절망적인 정치 한계에 직면한다. 수도권 유권자들을 대의하지 않는 경·인지역 국회의원들 말이다.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과 시장을 지낸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안산 4선 국회의원 김영환은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군포 3선 김부겸은 대구에서 국회의원직을 마치고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수도권을 대표할 거물들이 미련없이 보따리를 싸 이주하고 귀향한다.
경기, 인천 국회의원 선거구는 임자 없는 나룻배다. 남해군수,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은 김포에서 휴양하듯 국회의원을 지내다 고향으로 갔다. 조국 수호천사 김남국은 전략공천을 받기 전까지 안산과 일면식도 없었다. 그에겐 지역구 너머 수도권 공동체를 사유하고 인식할 서사가 전무하다. 수도권 여야 국회의원 중에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다. 특별법으로 경기도 반도체를 지켜낸 사람이 수원과 경기도 국회의원들이 아닌 광주(光州) 국회의원 양향자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민주당 지역구 쟁탈전, 국힘은 물갈이 기세
무너진 정치대의… 국가 지속가능성 위협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에서 민주당 친명 비례대표들이 반명 현역의원 지역구에서 수박 쪼개기에 한창이란다. 그 중에 양이원영 의원도 있다. 울산 출신 비례대표다. 분산에너지법 국회통과를 주도했다. 법안엔 울산 보다 수도권에 비싼 전기요금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수도권 의원이 되려 광명에 도전장을 냈다. 자신감의 근거는 임자 없는 나룻배, 경기도 자체다. 국민의힘도 위원장이 없는 지역구 10여 곳을 비롯해 경기도 선거구 대부분을 지역 유권자가 처음 볼 사람들로 물갈이할 기세다.
수도권 정치세력의 와해로 지역균형발전은 기형이 됐다. 서울 시민의 주말 여행을 위한 도로, 철도가 전국으로 뻗는 동안 김포 시민은 골드라인에서 질식한다. 지방 청년 몫 30%가 줄어든 공기업 일자리를 놓고 수도권 청년들은 전쟁을 벌인다.
서울을 포함해 인구 절반의 수도권 시민들의 대의가 무너진 정치는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경기·인천의 눈으로 국가를 바라볼 사람들을 후보 단계에서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들은 수도권 역차별 전력을 알 권리가 있다. 수도권 대의 정치가 정상화돼야 지역균형발전의 균형이 가능해진다. 수도권 유권자 연맹과 같은 시민 결사가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