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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수원전통문화관 전통식생활체험관에서 열린 '수원약과' 만들기 일일 체험 프로그램에서 완성된 약과에 시럽을 얹고 있다. 2023.6.9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할매니얼' 트렌드와 함께 분 K간식 열풍이 디저트 시장을 바꿔놓은 가운데, 대표 주자인 약과가 경기도 각지의 명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른바 '약케팅(약과+티케팅)'의 시작점인 의정부·포천 장인한과는 리셀 시장에서까지 크게 주목받고 있고, 문헌에 등장하는 수원약과에 대한 관심도도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장인한과 온라인 2.5배값 거래
지역 역사·문화 홍보 역할까지
'수원약과' 만들기도 인기몰이


■디저트 시장 바꿔놓은 약과 열풍…주목받는 경기도 약과


K간식 열풍의 대표 주자는 단연 약과다. '약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좌석 티케팅을 하듯 빠르게 예약하거나 줄을 서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약과가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계에선 앞다퉈 약과 제품을 선보였다.

CU에선 지난 3월 약과를 활용한 쿠키 제품을 출시했는데 누적 판매량이 120만개를 기록할 정도였다. GS25는 약과 관련 상품 기획 조직인 약과연구소까지 신설해, 마찬가지로 자체 약과 제품을 내놨다. 약과를 쿠키와 접목하거나 아이스크림과 함께 판매하는 디저트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약과가 올해 디저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약과 열풍과 함께 경기도 각지의 약과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약케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장인한과 약과가 대표적이다. 인기가 많아 구매가 워낙 힘들다보니 중고 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12일 당근마켓에선 장인한과의 대표 제품인 파지약과 1팩이 1만5천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1팩 가격이 6천원인 점을 고려하면 2.5배 정도 높은 가격이다. 온라인에선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장인한과 카페가 위치한 포천시 등에 갔다는 후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역의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수원약과를 판매하는 행궁다과 역시 다수의 카페들이 밀집한 행리단길에서 약과 열풍 등에 힘입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시는 행궁다과의 수원약과를 고향사랑기부 물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용인 한국민속촌도 엽전 모양의 약과를 이곳의 대표 기념품 중 하나로 판매하고 있는데,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먹거리 넘어 지역 역사·문화 알리는 1등 공신으로도


"잣가루가 들어가니 일반 약과보다 조금은 더 부드럽고, 또 결을 살려서 만들기 때문에 식감도 좋죠."

참기름을 머금은 밀가루에 꿀과 소주, 그리고 잣가루를 넣고 섞자 연갈색의 반죽 덩어리가 됐다. 제법 포슬포슬한 반죽을 네모나게 뭉친 뒤 칼로 썰어 겹겹이 쌓는다. 휴지가 끝난 반죽을 기름에 넣어 조리하지만, '튀기기'보다는 '삶기'에 가깝다. 20분가량 천천히 약불과 강불을 오가던 반죽은 비로소 촘촘한 8겹의 '수원약과'로 탄생한다.

지난 9일 오전 '수원약과'를 손수 만들어보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 수원전통문화관의 전통식생활체험관. 앞치마를 두른 16명 참여자의 손이 분주했다. 강사로는 정호중 국가 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 병과 전수자가 나섰다.

페이스트리와 비슷한 식감인 개성약과나 쫀득한 식감의 찹쌀약과는 친숙한 데 비해 수원약과는 널리 알려져 있진 않다. 한때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별미로 등장했을 만큼 수원의 명물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어느 순간 전승이 멈췄다.

이에 수원문화재단은 조선 후기의 농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기록된 수원 지역의 약과 만드는 법을 고증해 재현했다.

수업에 참여한 이들은 정호중 전수자의 시범을 토대로 수원약과를 완성했다. 모양은 삐뚤빼뚤 일정치 않아도 약과 20알에는 2시간 동안 쏟은 정성이 한가득 담겼다.

수업을 듣기 위해 부산에서 수원까지 온 이도 있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인혜(32)씨는 "전통 디저트에 관심도 많았고, 처음 들어본 수원약과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중간에 힘들었지만 완성된 걸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약과 열풍이 단순히 간식 트렌드를 바꾸는 것을 넘어, 잊힐 뻔한 지역의 역사·문화를 살리고 널리 알리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정호중 전수자는 "조선시대 때 다양한 종류의 약과가 있었지만, 당시 '수원약과'는 조선 팔도에서 알아주던 약과 중 하나였다"며 "요즘 전통 디저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서 소비를 하다 보니, 자리도 잡히고 인기도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기정·유혜연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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