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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지대창작샘터 전시공간 및 대형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중앙 천창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수원시 제공

'푸른지대창작샘터'. 수원시가 관내 건축자산을 문화적으로 활용한 세 번째 사례다.

수원시 탑동에 위치한 푸른지대 일대는 국산 1호 품종의 딸기 생산지로 주목받은 뒤 산업화 시대 사람들의 여가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이제는 예술가들이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수원시는 생명력을 만들어 내는 푸른지대창작샘터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산업화시절 여가공간 '숱한 이력'
서울대 농대 이전 축사 개축 부활
세련된 내부·레지던시 공간 마련도
2020년부터 작가 선정 '창작 열기'
시민 교육프로그램 문화갈증 해소


■ 딸기밭과 실험목장 역사 '푸른지대'


수원의 모든 곳과 통하는 사통팔달의 중심 수원역에서 서수원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푸른지대삼거리'가 나온다. 지금은 언뜻 생경하고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푸른지대 일대는 50대 이상 장년층에게 수원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단어다.

푸른지대는 탑동 505 일대 들판을 말한다. 권선구 초입 서울대 농대 뒤편에 있다. 지난 1950년대부터 박준철이라는 사람이 경영하던 과수원으로, 딸기와 포도 등을 경작하던 땅이다.

이곳이 대표적인 딸기 산지가 된 것은 인근 서울대 농대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 신품종 딸기인 '대학 1호'를 재배하면서다. 딸기밭이 인기를 끌자 인근 농가도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21만여㎡에 달하는 일대가 딸기밭으로 성업하며 푸른지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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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권선구 수원탑동시민농장 입구에 위치한 푸른지대창작샘터 건물 외부에 설치된 축사 관련 시설물. /수원시 제공

이후 푸른지대는 1970~1980년대 봄철 나들이 명소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푸른지대에서 딸기를 먹고 서호를 산책한 뒤 수원갈비를 먹는 수원나들이가 꽤 인기였다고 한다. 늦봄 딸기밭 소풍이 나들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면서 수원의 번화가가 사람으로 가득 차고, 대중교통편도 확대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부터 푸른지대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비닐하우스가 보급되고 이에 적합한 딸기 품종의 개발과 보급이 늘어나 딸기 산지로서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푸른지대 일부 공간에 서울대 농대가 축사를 지어 실험목장으로 사용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오래된 철제 구조물과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사료탑 등 곳곳에 이색적인 구조물이 이 공간의 특별한 기능을 가늠케 한다.

하지만 2003년 서울대 농대 캠퍼스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실험목장도 옮겨 갔다. 그렇게 70년 이상 동물자원 연구가 이뤄졌던 공간에 건물과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후 수원시는 방치됐던 실험목장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하기로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역사성이 뛰어난 사료창고 등 건축물은 보존하고, 실험용 축사로 사용된 건축물은 리모델링을 해 지역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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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지대창작샘터 내부 공간에 과거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 축사 관련 시설물이 존치돼 있다. /수원시 제공

■ 오래된 축사, '예술 공간' 변신


사실 지금도 이 일대는 여전히 푸른지대다. 시민을 위해 운영되는 수원탑동시민농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텃밭마다 작물이 한창 푸름을 뽐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정겨운 전원풍경을 만나기 위해 수원탑동시민농장 정문으로 들어서면 입구에 오래된 단층 건물이 눈에 띈다.

언뜻 봐도 반백 년은 넘어 보이는 외관이다. 하지만 세련된 글씨체의 간판과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 등 곳곳에 새로운 활력이 느껴진다.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을 개축한 '푸른지대창작샘터'다.

원래는 동물이 사용하던 축사 건물을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원시는 2019년 3월부터 건물 안전진단과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거의 1년간 공사를 추진해 2020년 1월 푸른지대창작샘터 건물 리모델링을 완공했다.

안전에 중점을 두고 외벽과 천장, 지붕 등에 대해 단열과 방수 등 공사를 진행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원래 있던 공간이 축사와 실험실, 기계실, 사료실, 세척실 등 거주용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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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첫째 주에 진행된 푸른지대창작샘터 오픈스튜디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개방된 작가 공간과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중앙에 위치한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외관과는 달리 세련된 공간이 펼쳐진다. 깔끔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는 예술인들의 레지던시 공간이 마련됐다. 일부 축사를 제외한 대부분 공간을 철거하고 생긴 공간을 빙 둘러 15개 작업실(37.7㎡ 14개, 62.3㎡ 1개)이 배치돼 있다.

작업실들 사이에는 회의실, 전시공간, 냉장고 등 시설이 구비된 공용공간이 있다. 덕분에 개인적인 작업을 하며 생활하거나 다른 작가와의 소통이 가능하다. 공간마다 남겨진 오래된 벽은 건물이 견뎌온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이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다. 지난 2020년부터 매년 프로그램 참여작가를 선정해 현재 3기 작가들이 활발한 예술활동의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푸른지대의 넓게 트인 공간과 깔끔한 내부 구조 등 쾌적한 환경을 갖춰 작품활동에 집중하기 좋은 동시에 접근성도 좋아 작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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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의 작업실 내부 모습. /수원시 제공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시민과 예술의 접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프로그램 참여 작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에 동참한다.

시민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프로그램 등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면서 시민들과 예술의 소통창구 역할도 해낸다. 올해는 여름 방학 기간 중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생들이 시각예술을 더 접할 기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오래된 축사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시각예술 작가들이 선호하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됐다"며 "매년 더욱 훌륭한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수원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