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당시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두발 규제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지금의 우리라면?"
지난 12일 오후 6시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자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하교를 미룬 채 '학생자치와 사회참여' 수업을 듣는 학생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3월 '학생자치와 사회참여'라는 제목의 교과서를 펴냈다. 다소 막연할 수 있는 학생자치의 개념 등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취지에서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정규 수업에서 다루기 위한 교과서가 발간된 것은 전국에서 인천이 처음이다.
교과서 발간에 힘을 보탠 김재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선임연구원은 이날 수업에서 최근 유행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한 장면 등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옆자리 친구와 의견을 나누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인천시교육청 전국 첫 정규 발간
두발규제 등 각종 토론 수업·발표
"사회참여 개념 성인 前 학습 유익"
이 교과서에서는 '학생자치'란 학생들이 학교의 여러 사안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미래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교칙 수립에 의견을 내는 일,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일도 학생자치의 일부다.
활동 범위를 학교 밖으로 확대하면 '사회참여' 개념으로 발전한다. 교과서에선 노인 무단횡단을 막는 방법, 친일 작곡가가 참여한 교가 변경, 인종차별과 아동학대 예방 등 다양한 현안을 제시하며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인천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김용진 장학사는 "각종 공식이나 이론 등을 설명하는 다른 과목 교과서와는 달리 '정답이 없는 교과서'로, 여러 사례를 모으고 검증해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며 "학생들이 정규 교과 수업을 활용해 학생 자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인천신현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이 교과서를 교재로 한 정규 교과를 운영했다. 올해 3월부터는 인화여고에서도 해당 수업을 편성했는데, 고교학점제에 따른 공동교육과정(2학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자치 등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인하사대부고 신현빈(18)군은 "장래희망이 경찰이라 사회참여 개념을 미리 배워보면 좋을 것 같아 수강을 신청하게 됐다"며 "사회의 여러 현안에 참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오는 2학기에도 이 과목을 개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