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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한달 여만인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다. 전해 12월 영화 '판도라'를 보고 밝혔던 관람평이 6개월 여만에 대통령의 '탈핵선언'으로 현실이 됐다. 영화가 국가 정책이 되는 초현실에 국가 에너지 정책이 뒤집어졌다.

원전은 찬밥이 됐다. 신한울원전 3, 4호기는 건설이 중단됐다. 6천억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시킨 월성1호기는 청와대의 독촉에 산업자원부가 폐쇄시켰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개를 달았다. 특히 태양광의 도약이 눈부셨다. 2030년까지 110조원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의 20%를 생산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2017)',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56.6%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2021)'의 주역도 태양광발전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찬가로 시종일관하면서 태양광 패널이 국토를 뒤덮었다. 정부 목표를 실현하려면 서울시 면적의 10배를 패널로 덮어야 한다. 정부는 아낌없이 예산을 풀었다. 논밭과 염전, 저수지, 해상을 뒤덮고 땅이 모자라면 산을 깎았다. 전국에 돈 잔치가 벌어졌다. 눈 먼 돈 먼저 챙기려 예산 도둑들이 암시장을 형성했다. 민주화운동가는 업체를 차려 서울시 돈을 빼먹고, 한 대학교수는 태양광 사업권을 중국에 팔려다 적발됐다.

그 정도인 줄 알았다. 최근 감사원이 국가 공무원, 자치단체장 등이 연루된 태양광 사업 비리를 밝혔다. 산자부 과장 2명은 사무관을 시켜 유권해석을 허위로 작성해 민간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허가해주고, 이 회사와 자회사의 대표와 전무로 취직했다. 그 시절 산자부는 한편에서 경제성을 조작해 원전을 폐쇄하고, 또 한편에선 태양광으로 노후를 챙기는 직원들로 분주했던 셈이다. 감사원이 수사요청을 검토중인 한국전력 비위 추정자가 250여명이라니 기가 막힌다. 고교 동문 기업에 태양광 사업 특혜를 줬다는 군산시장의 비리는 애교에 가깝다.

전 정권이 박해하고 산업의 씨를 말렸던 원전이 글로벌 탄소제로 에너지로 각광받는 역설이 속 쓰린데, 힘주었던 태양광 언저리엔 예산 도둑들이 들끓었다. 이들에게 태양광 사업이야말로 '오 솔레미오'(O sole mio, 넌 나의 태양)였을 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