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백현지구(20만6천350㎡)에 '백현마이스'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은 은수미 전 성남시장 때 본격 추진되면서 관련 업계들이 눈독을 들여왔던 사업이다. 규모가 3조원대 육박하는 데다 해당 부지가 판교테크노밸리와 1㎞ 가량 떨어진 곳으로, 분당의 마지막 노른자위 개발부지로 꼽힌다는 점 등이 주된 배경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월 말 민간참여자 공모의 일환으로 진행한 사업참여확약서 접수 당시 (주)카카오를 필두로 대형 건설사·자산운용사 등 모두 79개사가 신청했고 최종적으로 3개 컨소시엄이 도전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예비 선정위원 명단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5월30일자 1면 보도) 시민단체인 성남자유시민연합의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심사를 앞두고 지난달 5~12일 토목 등 8개 분야 평가위원 공개모집을 실시, 모두 1천210명이 응모했다. 이후 시와 공사는 지난달 22일 예비 선정위원을 미리 정해놓는다며 10배수에 해당하는 170명과 후보 85명을 더한 255명을 무작위로 뽑은 후 159명을 '후보군'으로 결정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예비 위원을 미리 뽑아놓지 않는데 유독 '백현마이스' 사업은 예비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사업은 로비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비 위원을 결정해 사전에 로비하기 좋게 해놓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후보군'을 10배수인 170명이 아니라 159명으로 한 점도 의문이다. 시와 공사는 '왜 159명으로 했느냐'는 경인일보 취재에 합당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같은 159명에 대한 '명단 유출 의혹'은 한화컨소시엄 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심사 이틀 전에 시를 찾아가 관련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면서 '특정사에 유출됐으니 조사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오염판단 후보군 제외않고 확정
중단없이 심사 강행 비합리 지적
취재 결과, 시는 이에 대해 사전에 유출됐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했고 대책회의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우선협상대상자 심사를 당초보다 2시간 앞당겨 진행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면서도 시와 공사는 선정위원을 최종 확정할 때 '오염됐다'고 판단한 후보군 159명을 제외하지 않았다.
시와 공사는 심사 당일 오전 전체 지원자 1천210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 17명을 결정했다. 결과적이지만 굳이 예비 선정위원을 뽑지 않았어도 당일 선정위원을 결정하는게 가능했다는 얘기다. 왜 사전에 예비 선정위원을, 그것도 159명만을 뽑았는지 의문이 재차 제기되는 대목이다. 성남자유시민연합은 참관인 목격을 토대로 심사 당일 공사 관계자가 의도를 가지고 선정위원 추점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하며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이덕수 의원은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 당시 "백현마이스 개발과 관련해 매우 우려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전에 예비 평가위원 명단을 만든 것, 명단 유출을 확인하고도 그 명단을 제외하거나 심사를 늦추거나 중단하지 않고 심사를 강행한 것 등 모든 것이 사전에 공사와 특정 민간 사업자 간 짠 각본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까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시가 1주일 넘어서 입장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해명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 안팎에서는 '큰 손'이 존재한다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물론 내부에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이번 사안은 결국 성남자유시민연합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검찰 수사로 넘어가게 됐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