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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은 소래포구를 이 땅의 자원 수탈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았다. 돈에 눈이 먼 일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1937년 수인선 협궤철도가 놓이면서 포구 갯골을 가로지르는 철교가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일염과 농수산물을 실어나르기 위한 도구가 됐다. 뼈대만 남은 단선철도 침목은 포악했던 수탈의 역사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포구에선 조석으로 바다 자원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어민과 상인, 주민이 어자원에 기대 살아간다. 서해만을 품은 소래포구는 철마다 새우젓, 꽃게, 밴댕이 파시가 성시를 이뤘다. 1980년대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이 됐다. '새우젓을 사려면 소래로 가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옛 소래포구 시장은 불결하고 불편했다. 상인들이 자리를 차지한 어귀 공지는 죄다 국공유지였고, 불법건물이 난립했다. 전선 줄이 뒤엉킨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2010년 이후 수년마다 화재사고가 되풀이됐다. 수백 개 점포가 일순간 사라진 2017년 화재는 기록에 남을 피해를 남겼다. 수십 년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돼 상인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갔다.

절망의 땅에 어시장이 재개장했다. 2021년, 불난 지 4년 만이다. 구청과 상인들은 현대화사업 협약을 맺고 시장을 살려내자고 의기투합했다. 국공유지에 상인들이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 했다. 상인은 기부채납액에 상응하는 임대 자격을 얻어 점포를 열었다. 주말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등 시장은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14일 소래포구 상인 대표들이 광장에서 "고객을 실망하게 해 죄송하고 사죄한다"며 큰절을 했다. 앞으로는 달라진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근 불거진 '꽃게 사건'으로 여론이 싸늘해지자 자성(自省)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래포구에서 산 꽃게를 구매했는데, 바꿔치기를 했는지 집에 와 보니 다리가 절반 이상 떨어진 죽은 꽃게만 담겨 있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번듯한 건물에 어시장이 들어섰으나 '바가지 시장'이란 오명이 여전하다. 어시장의 자산은 '믿을 수 있고, 싸다'는 소비자들 믿음이다. '상인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말썽 난 꽃게 소동, 전화위복이기를 바란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