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신임 사장에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 제너럴모터스(GM)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지역 판매부문 부사장이 선임됐다. 계속되고 있는 한국지엠의 위기 속에서 흑자경영과 노사관계 안정화란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GM에 따르면 비자레알 신임 사장은 오는 8월1일부터 한국지엠을 이끈다. 1990년 GM에 입사한 비자레알 사장은 2012년 한국지엠 기획·프로그램 관리부문 부사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후 GM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동남아 사장을 거쳐 지난 2020년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판매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부사장직에 올랐다. 로베르토 렘펠 현 한국지엠 사장은 GM에서 40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퇴임할 예정이다.
비자레알 사장, 8월부터 임기 시작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 재정립 여정"
비자레알 신임 사장은 GM 해외사업부문에서 판매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최근 3년 동안 멕시코 등 중남미 14개 국가에서 GM 산하 브랜드인 쉐보레와 GMC, 캐딜락 등의 판매 전략을 이끌어왔다. 설계와 개발분야에 정통한 렘펠 현 사장과는 전문분야가 다르다는 평가다.
렘펠 현 사장은 2015년 한국지엠에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경차 개발 수석 엔지니어를 맡아 볼트 EV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설계·개발을 도맡았다. 2019년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사장과 한국지엠 사장을 역임하면서도 올해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개발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한국지엠이 생산 역량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GM이 판매에 능통한 비자레알 사장을 임명한 것은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GM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쉐보레 브랜드 외에도 GMC와 캐딜락 등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고급 브랜드 차종을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달 5일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이라는 GM 통합 브랜드 전시장을 서울 강남에 개장한 것도 중·대형 고급차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출시 초기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호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판매 실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자레알 신임 사장도 취임 일성으로 "GM은 한국에서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로서의 재정립에 대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미국에서 생산된 고가의 중·대형 차량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상승세를 이어가면 앞으로 새로운 차종의 생산 물량을 배정할 여지도 있지만, 판매에 힘을 실으면서 점진적으로 생산 기능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새로운 생산물량 배정 관측 엇갈려
22일 임협 상견례 앞두고 '노조 당혹'
노조와의 관계도 비자레알 사장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오는 22일 한국지엠 노사 간 임금협상 상견례가 예정돼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사장이 바뀌면서 노조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자레알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임금협상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던 카허 카젬 전 사장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고 전해졌다.
한국지엠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사측과 상견례 일정을 잡은 와중에 갑자기 사장이 바뀌면서 노조에서 불만이 크다고 들었다"며 "(비자레알) 신임 사장이 취임 후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본격적인 임금협상은 9월께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