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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고기리막국수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낸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 김 대표 뒷편에 고기리막국수 글씨가 걸려있다. /김윤정 대표 인스타그램 발췌

용인 고기리 계곡은 도심 속에 있어 수도권 주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계곡을 중심으로 여러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인 곳은 고기리막국수다. 좁고 거친 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데다 대기가 기본인데 길게는 2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평일인 19일 낮에도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을 감수하더라도 이곳을 재방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 메뉴는 들기름 막국수다.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 메뉴의 유행은 고기리막국수에서 비롯됐다. 메밀 본연의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들기름과 어우러져 극대화되는 게 특징이다. 워낙 찾는 이들이 많아 오뚜기와 협업해 매장에서 먹는 맛 그대로를 구현한 들기름 막국수 밀키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그간 물과 비빔, 두 가지만 존재하던 막국수를 뒤흔든 셈이다. 들기름 막국수뿐 아니라 물·비빔 막국수, 수육 등 다른 메뉴도 호평 일색이다.

전국적 인기에 오뚜기와 협업 밀키트 출시도
음식뿐만 아니라 현판·직원 처우에 진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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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비즈니스가 판교 스튜디오 오픈을 기념해 특별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가 1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던 비결로 진정성을 거론하며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카카오비즈니스 온라인 세미나 화면 캡처

고기리막국수가 고기리 계곡 한 자락에 자리잡은 후 1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는 변치 않는 품질과 진정성이라고 답했다.

카카오와 협업하는 소상공인들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온 카카오비즈니스는 이달 초 판교에 전용 스튜디오를 오픈한 것을 기념해 유명 브랜드 대표와 카피라이터 등을 초청하는 특별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지난 15일 세미나에 김 대표가 참여했다.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세미나에서 김 대표는 고기리막국수 창업 전후 겪었던 우여곡절, 꾸준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집이 된 비결 등을 차분히 설명했다.

김 대표는 "품질은 물론이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한 가지만 계속 하다 보면 진정성을 잃기가 쉬운데, 트렌드 안에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변함 없는 본질을 추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통 뭔가를 팔 때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팔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조금 달랐다. 단 한 그릇을 팔더라도 집중하면 그 한 그릇을 먹은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다시 방문함으로써 고객층이 넓어진다. 그게 느려도 전국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던 방법이었던 것 같다"며 "단 한 가지만 가지고 싸워야 한다면 그건 진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진심은 음식뿐 아니라 가게 인테리어, 운영 방식, 메뉴판 구조까지 곳곳에서 내려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렌드안에서도 변함없는 본질 추구가 중요"
대기시스템 카카오 플랫폼과 오랜 인연 맺기도


김 대표의 진심은 가게 글씨며 직원들에 대한 대우, 저서에 대한 인세 기부 등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기리막국수' 현판 글씨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처음엔 간판 가게에 부탁해서 하다가 글씨나 로고 같은 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쓸 때 꾹꾹 눌러서 마음을 담아서 쓰지 않나. 그래서 글씨를 써주는 분께 처음에 바로 부탁하지 않고 고기리막국수에 대한 이야기를 쭉 하면서 몇년 간 인연을 맺은 끝에 비로소 부탁했다. 글씨를 써준 분이 고기리막국수의 스토리와 저희를 잘 이해하고 있기에 그 글씨를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써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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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비즈니스가 판교 스튜디오 오픈을 기념해 특별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가 1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던 비결로 진정성을 거론하며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카카오비즈니스 온라인 세미나 화면 캡처

소상공인들이 참여한 세미나인 만큼 이른바 '진상 손님'에겐 어떻게 대응하는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세세한 질문들도 있었다.

김 대표는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통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처리에 급급한데, 저희는 그 분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 이야기를 하면 그 분도 어느 정도 풀린다. 같이 공감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걸맞은 보상을 한다. 이후에 적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배려를 받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저희는 음식에 진심을 다해도 손님 입맛엔 안 맞을 수도 있다. 비난하는 분들도 있다. 처음엔 속상했는데, 너무 몰입하기 보다는 나와 막국수를 분리해서 바라보려고 한다. 비난을 받지 않고 그대로 정체된 음식만큼 맛 없는 음식도 없다. 한 단계 진화할 때 더 많은 응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로 도움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저희 고기리막국수의 대기 시스템이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또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라는 시스템을 비교적 초창기인 2015년부터 써왔다. 우리 가게 소식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지금 고기리막국수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가 2만명이 넘는다. 가게가 성장하는데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들의 호응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