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에게 콘크리트 농수로는 죽음의 덫이에요. 탈출로를 설치하는데 동참해 주세요."
파주지역 환경단체와 학생동아리가 야생동물 개구리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DMZ생물다양성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파주 문산 수억고등학교 융합동아리인 '해바라기'와 함께 공릉천 하구 주변 농경지에 개구리 탈출로 30개를 설치했다.
공릉천 하구 인근 농경지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원청개구리와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들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은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 멸종위기 개구리종 뿐 아니라 멸종위기 조류들이 머물다 가거나 서식하는 등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은 공간이다.
그러나 자연형 농수로가 콘크리트로 빠르게 교체되면서 개구리들에게는 한번 빠지면 제자리로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위험한 구조물이 되어버렸다. 자연형 농수로는 기울기가 완만하고 수풀이 자라고 있어 개구리 등 작은 생물들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지만, 수직 절벽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농수로는 개구리들에게는 '죽음의 덫'이 되어버렸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은 야생동물의 충돌·추락 피해 저감을 의무화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공릉천 하류 송촌동 일대 농경지 농수로에 개구리 등 소형 동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탈출로 및 이동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개구리 이동·탈출로는 수로 폭에 맞춰 양방향으로 얹어지는 조립식 구조물로, 농수로에 물이 많이 흘러갈 때는 물에 뜨고, 물이 없을 때는 바닥에 닿아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탈부착이 가능해 개구리들이 번식하고 이동한 후에는 제거도 가능하다.
개구리 탈출로를 제작한 맹꽁이연구소의 민병하 박사는 "법률은 추락한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 외부로 탈출할 수 있도록 탈출시설을 설치하게 되어있다"면서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기반 마련활동에 자치단체 및 지역 주민, 기업 등이 적극 동참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개구리 탈출로 설치사업은 '2023 경기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맹꽁이연구소, 문산수억고 해바라기 융합동아리, 파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파주환경운동연합의 참여와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후원으로 진행됐다.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정명희 이사장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은 야생동물의 충돌·추락 피해 저감 방안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개구리 탈출로는 야생 동·생물이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한 메시지라고 생각하시고 시민과 함께 생물다양성 보전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종태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장은 "기후 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생태계 파괴는 곧 우리의 삶을 위협하게 된다"면서 "앞으로도 생태계 보전을 위한 친환경 시설물 설치 및 다양한 활동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단체는 한강유역환경청이 추진하고 있는 파주 공릉천 정비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돼 자연 생태계 파괴는 물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22년 4월5일 인터넷 보도="공릉천 정비사업 졸속 추진 비난")
환경단체는 특히 적(敵) 전차를 막기 위한 군사용 시설물로, 공릉천 하구 제방에 설치된 '대형 U자형 수로'는 공릉천 정비사업 중 가장 심각한 자연환경 파괴시설물로 지적하고 있다.
U자형 수로는 대전차 방어용으로, 폭 3m 높이 3m가량으로 사람이나 동물이 빠지게 되면 혼자서는 헤어나오지 못하게 설치돼 있다.
환경청은 환경단체의 '생태환경 파괴와 시민안전 위협' 지적에 대해 "사람이나 동물이 빠지지 않도록 시설물 위에 철조망 벽을 설치하고 만약 빠질 경우 탈출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