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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을 계기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상호주의 공정선거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도 외교적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 투표권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개정법률안은 거주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외국인의 체류 기한을 현행 3년에서 더 늘리자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은 영주권자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권을 불허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의 총선거인 수 4천430만여 명 중 해당 외국인은 12만7천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0.2%이다. 실제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13.3%로, 1만6천여표였다.

개정법안이 본격화되면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문제는 국제적 흐름이나 정당 간 유불리 판단에 따라 격렬한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참정권을 외국인에게 보장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 권리의 침해라는 주장과 참정권 부여는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대립한다. 외국인 유권자들이 지방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증가에 따라 참정권 부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안전보장과 외교 그리고 국정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해서는 국적을 보유한 자국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본권 침해" vs "헌법상 위반"
국민 구별·이중국적 허용할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


최근에는 국적과는 다른 시민 개념을 정립하고, 자신의 국적을 보유한 채 일정 범위에서 참정권을 부여하는 흐름도 있다. 유럽에서는 국민과 외국인의 중간적 존재로서의 합법적 영주자 자격을 가진 외국 국적 시민을 '영주 시민(denizen)'이라고 부르며, 시민적 권리와 사회적 권리 그리고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인권 B 규약은 '직접 또는 자유롭게 선택한 대표자를 통하여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일정한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허용할 수 있다는 논거로 인용된다. 미국에서는 '대표 없으면 과세 없다'라면서, 외국인의 참정권 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외국인에게도 납세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참정권을 정주 외국인에게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 해석론으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라도 출신국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재일교포의 참정권은 오래된 미해결과제다. 일본에서는 '참정권을 원한다면 귀화를 해서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참정권을 얻는 것은 일본인이 되는 것이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재일교포는 53만여명이지만 주한 일본인은 수백 명 정도라면서 대등을 전제로 한 상호주의를 부정하는 논거로 삼기도 한다.

뉴욕시의회는 올해 1월부터 일정 자격의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조례를 발효시켰다. 미국의 합법적인 영주자 또는 미국에서 취업이 허가된 자, 30일 이상 연속 뉴욕시 거주자, 미국 시민권 이외의 유권자 등록과 관련된 연령 등을 모두 충족한 자이다. 뉴욕시의 약 80만명 외국인이 시장 선거 등에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유권자 등록 명부는 한국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작성된다. 또 뉴욕 시정 관련 정당에도 등록할 수 있다.

특정국가 제한 입법 올바르지 않아
국제 흐름·국가 이익 연계 추진해야


외국인 참정권 문제는 복잡한 과제이다. 헌법상 참정권이 국민의 권리인지, 국민과 민족을 구별해야 하는지, 이중국적 허용할지, 주민 개념이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인지, 의무 거주 등의 요건은 어떻게 할지,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는 재일교포를 위해 일본보다 먼저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논쟁은 정치적 시각에서 중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특정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참정권 제한 입법은 올바르지 않다. 외국인 참정권의 문제는 국제적 흐름과 상호주의 그리고 국가의 이익과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적 기준과 국제교류 그리고 인구소멸의 대안과 국민경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외국인의 참정권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