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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인천 청년 작가전-외연과 심연'이 열리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실 전경.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인천', '청년', '미술'이라는 단어로 전시가 기획된다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 B동에서 열리고 있는 '외연과 심연' 전시를 최근 찾아갔다.

이번 전시 앞에는 '2023 인천 청년 작가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이번 결과물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시각예술 작가의 가능성과 역동성, 인천 미술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인천', '청년', '미술'이라는 키워드로 이번 전시에서 어떤 '교집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로 전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몇 개의 단어와 문장으로 전시를 요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섣부른 것임을 전시장을 나오고 나서 깨달았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집합을 발견해내는 일이 꼭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은 관객 각자의 몫이 되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집합 연연않는 8명의 작가·40여점
기획자 물러나고 '개별적 주제' 집중

전시장 입구에서 나눠준 도록을 전시장을 나오고 나서 펼쳐봤다. 도록에 수록된 전시 서문은 기자처럼 전시를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미리 경고하고 있었다.

"지역과 세대를 가르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우선 밝힌다. 세 가지 요소의 교집합을 구하여 모범답안을 제시하겠다는 무모한 시도 역시 아니다. 인천·청년·미술이라는 광대역의 일부만을 담은 이번 전시는 상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능태로 성립한다.…(중략)…참여작가들의 주제 의식이 동일할 리 만무하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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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인천 청년 작가전-외연과 심연'이 열리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실 전경.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는 모두 8명이다. 인천문화재단 지원 사업의 '인천 연고' 기준인 출생·출신·거주·활동 등으로 '인천'을 추렸고, 인천을 비롯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정책의 통상적인 기준인 '만 39세'로 걸러냈다. 장르별로는 치우치지 않도록 회화 3명(류재성·손민석·전현선), 조각·설치 2명(김보경, 정지현), 영상·멀티미디어 3명(송주형, 얄루, 이아름나리) 등이다.

참여작가 8명의 40여 점을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면 '인천 청년 작가전'이라는 전시 부제를 개별 작품이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표현 이끌림… 작가명 기억 남아
지역활동 예술가들 미래 점쳐볼 기회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개별 작가의 작품 보다는 기획자의 기획 의도가 지나치게 부각 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반대다. 오히려 '인천', '청년', '미술'이라는 제한된 키워드만을 제시하고 기획자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전시를 받아들이는 관객에게는 차분히 개별 작가와 작가의 '주제 의식'에 집중하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작품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에 이끌리다 보면 작은 표현에도 집중하게 되고 나중에는 작가의 메시지를 궁금해하며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거창한 기획의도나 사회적 담론이 없어도 관객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오히려 흐릿해 보이는 '인천', '청년', '미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작가를 불러모았음에도 그 결과물은 충분히 근사했고 작업이 주는 메시지는 진지했다. 공공의 영역이 '지역'이라는 광범위한 키워드에 집중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일이 왜 소중한지 깨닫게 했다.

이영리 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인천 청년 작가들의 황금기가 어서 오기를, 이미 들어섰다면 그 시기가 오래 계속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이번 전시는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