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혜자, 우주의 춤
방혜자 作 '우주의 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방혜자, 파리서 다양한 서양화법 습득
한지·황토 등 전통 재료로 빛·색 탐구


방혜자는 빛과 색에 대해 탐구하며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이다.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장욱진에게 사사하고,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유화, 프레스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기법을 습득한 그는 이후 작품들에 서양의 기법과 한지, 닥종이, 황토 등 한국적 재료를 절충했다.

작가는 유년기 개울가의 맑은 정기와 빛에서 영감을 얻고 빛의 세계에 대해 예술로 파고들었으며, 2002년에는 부직포를 재료 삼아 접거나 덧칠하는 등 재료의 우연적 효과를 활용해 우주적 심상과 빛의 효과를 창출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지심'은 경주 석굴암에 대한 인상을 화폭에 옮긴 작품이다. '대지의 한가운데'라는 뜻의 이 작품은 주로 종이 뒤에서 여러 번 칠하는 '배채법'을 사용해 색이 번지듯 빛의 에너지를 형상화했다. '우주의 춤'은 부직포에 천연 안료를 얹어 그린 추상적 형상을 통해 우주적이고 근원적 세계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최종태, 서있는 사람
최종태 作 '서있는 사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최종태, 추상·구상 넘나들며 인간 조각
경계 초월한 작업 삶의 본질·영성 몰두


최종태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절제된 표현방식으로 주로 인간 형상을 조각해 왔다. 한국 조각계에 추상이 주류를 이루던 1960~1970년대 최종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어법을 구축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보여줬다.

작업 초기부터 그는 형식과 형태 실험을 통해 간결한 선을 가진 정면성의 입체 조형,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초월한 형태 등의 작업으로 끊임없이 인간 삶의 본질과 영성에 대해 탐구해 왔다.

작품 '서 있는 사람'은 오른손을 얼굴에 대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서 있는 사람을 조각했으며, 작가 특유의 단순성과 정면성·정지성·간결성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조각의 표정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 자체로 존재적 절대성을 나타내는 듯하고, 이를 통해 관람객의 사유와 감상을 끌어낸다.

하인두, 만다라
하인두 作 '만다라'.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인두, 생명 경의·불교적 해탈 작품화
정신과의사 김종해와 '만다라' 연작도


한국전쟁 때 청년 시절을 보낸 전후 1세대 작가 하인두는 박서보와 함께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를 창립하고, 1962년 '악튀엘(Actuel)'의 창립과 전시를 이끈 한국 앵포르멜 운동(미술가의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미술)의 주역이다.

그의 대표작 '만다라'와 '혼불' 시리즈는 한국 현대화단에서 생명에의 경의와 불교적 해탈의 의미를 추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업 초기의 '만다라'는 온통 붉은색의 원 안에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원과 세모의 도형이 배치되는 형태를 기본으로 한다. 불교의 만다라 조성을 자아의 형성, 또는 치유에 활용했던 정신과 의사 김종해와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만다라' 연작은 우주적 질서의 근원인 생명에 대한 풀이이자 심리지도의 성격을 가진다.

이건희컬렉션인 1977년 '만다라' 작품은 비교적 초기의 것으로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 수작이며, 후기작인 경기도미술관 소장품 '무제'(1986)는 빛으로 가득 찬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색면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말년의 대표작인 '혼불' 연작을 예감하게 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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