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국프로축구 슈퍼리그(CSL)는 18개 팀이 팀당 34게임을 소화하는 일정이었다. 시즌 초반 2부리그에서 승격한 우한 '싼전'이 독주했으나 중반 이후 외국인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이 틈을 파고든 산둥 '타이산'이 연승하면서 두 팀 간 치열한 선두 경쟁이 볼만했다. 최종전을 마치고도 승점(78점)이 같았다. 골 득실차에 따라 우한이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 간 경기는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서로가 승패를 주고받아 번갈아가며 승점을 챙겼다. 다른 팀들과 게임에서도 양상이 묘했다. 한 팀이 지면 다른 팀도 지고, 이기면 같이 이기는 식이다. 산둥은 우한에 리그 우승컵은 내줬으나 FA컵을 들어올렸다. 이 대회 8강에서 산둥을 만난 우한은 두 경기 모두 무기력한 졸전을 해 0-2(1-3, 0-3)로 완패했다.
시즌이 종료되자 "서로가 작당해 산둥은 정규리그 우승컵을, 우한은 FA컵을 나눠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한 축구협회장과 산둥 소속 손준호 선수의 에이전트가 두 팀 사이의 거래에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마침 산둥 소속 우싱한(吳興涵) 선수가 "중국 프로리그는 모두 승부조작이며 한 경기에 40만 위안(약 7천6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승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중국 공안은 우한 축구협회장과 선수 에이전트를 체포한데 이어 소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손준호는 지난 5월 귀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돼 구금된 상태다. 에이전트를 통해 200만 위안(약 3억6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다.
손준호는 A매치 20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 주전 미드필더다. 전북 현대에서 활약하다 지난 2021년 시즌 산둥과 3년 계약을 맺고 중국리그에 진출했다. 연봉은 43억원으로, 리그 전체 6위에 올라있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최대 5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상황이 좋지 않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구금에서 구속 상태로 전환됐다고 한다. 현지 반응도 우호적이지 않다.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나 사회주의 국가에, 변호마저 변변치 않아 걱정이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나 억울한 처지가 돼선 안 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