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언급하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고 언급했다고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킬러 문항'을 제외하는 것을 사교육 대책의 핵심으로 보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공교육 교과 과정 밖에서 복잡하게 출제되는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주범'으로 보는 기류다.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고 정성을 기울이면 변별력 있고, 공정한 수능시험이 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공교육 과정밖 출제 '사교육 주범'
정성 들이면 변별력 높고 공정성
윤 대통령은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저성장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대비 측면에서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뿐 아니라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노후 대책이 붕괴하고, 더 나아가 학교 교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악순환 속에서 학원들만 웃고 있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킬러 문항을 풀 수 있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러려면 학원부터 다녀야 하는 상황은 너무 비정상적"이라며 "교과 과정 내에서도 충분히 변별력 높은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 당장 9월 모의고사에서부터 킬러 문항을 제외해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했다.
부모 사교육비 부담 노후대책 붕괴
교사 상대적 박탈감… 학원만 반겨
윤 대통령은 일찍이 지난 3월부터 이런 문항을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바 있으나,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에서 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런 입장을 보임으로써 대통령이 입시 부정 수사를 많이 해온 검사 출신으로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전문가급이라며 국민의힘은 엄호하고 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은 공정 수능을 강조한 것인데 민주당이 발언의 본질은 보지 않고 '물수능, 불수능' 운운하며 국민 갈라치기와 불안감 조장에 나서고 있다"며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교과서에 없는 걸 (수능에) 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공교육 교과과정에 있는 것으로 변별력을 갖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