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 하락세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돼 정부가 올해 초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흔들림이 없었던 가운데(3월1일자 10면 보도=임차보증금 반환 '주택담보대출' 허용… DSR 규제에 실효성 의문) 올 하반기 대대적인 역전세 전망이 제기되자 결국 금융당국이 DSR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다만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다음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1년 한시 완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향후 1년간 전세 만료 보증금 302조
대규모 미반환 사태 우려 대책 마련

"상환 능력 등 따져 적용해야" 지적


19일 직방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에 계약을 체결, 2년 뒤인 올 하반기에 만료되는 전국 주택 전세 거래 총액은 149조8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계약을 체결해 2024년 상반기에 만료되는 전세 거래의 총액은 153조900억원이다. 향후 1년 동안 전국적으로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보증금 규모가 302조1천700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수도권에 77.3%(233조4천300억원)가 집중돼있다. 서울시가 118조6천800억원 가장 많고 경기도와 인천시가 각각 98조9천300억원, 15조8천200억원으로 그 다음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향후 1년 동안 대규모 역전세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전셋값이 계약 당시 보증금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세 거래 9천857건 중 66%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선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지난해 1월 25.9%에서 올해 4월 52.4%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역전세난으로 벌어질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우려해 DSR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보증금을 갚을 목적으로 대출하는 '선의의 임대인'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기존 보증금과 새 보증금의 차액만큼만 대출이 가능하게 해주는 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중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환 능력 등 자격 대상을 정밀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가계대출만 늘리며 다음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채로 발생한 역전세 문제를 또 부채로 해결한다는 건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라며 "완화가 되면 현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지만 새 세입자는 임대인이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들어가게 된다. 추가로 전세가격이 하락했을 때 또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상환 능력 등 자격 대상을 엄밀히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DSR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상환 능력 등을 따져서 적용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면 1억5천만원 내에서 DSR 적용 배제를 고려할 수 있다"며 "역전세난을 막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켜야 한다. 전세대출도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과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보증금 차액에 대해 다음 계약 기간 때까지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당국, 기획재정부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그대로 볼 것이고 보증금 반환 목적에만 쓰도록 할 것이다. 대출 규제 완화는 길어야 1년이다. 한번에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시 개입하는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