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특화단지 지정과 관련한 최대 쟁점은 외국계 기업을 중심축으로 한 인천 특화단지 구상이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보호 취지에 부합하는지다.

1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평가와 지정 업무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화단지전문위원회는 인천 반도체 특화단지 추진 구상에 대해 지역 선도 기업이 외국계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천에는 송도국제도시에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2위 기업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영종국제도시에 해당 분야 세계 3위 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가 각각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외국자본이다. 인천시는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송도~남동국가산단~영종'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패키징 특화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패키징 세계 2·3위 업체 자리잡아
국내 첨단산업 육성 취지 '무색'


정부가 오는 8월 시행하는 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세계적으로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경향 속 한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을 지키고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고자, 반도체 등 산업을 육성·보호하는 목적이다. 인천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하면 외국계 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라는 게 산업부 쪽 시각이다.

그러나 반도체 패키징 분야 전문가와 인천시는 산업부 쪽 시각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1위 기업은 대만의 ASE다. 대만과 한국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한국은 후발 주자에 속한다. 다양한 크기와 성능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선 제품화 단계인 패키징 산업의 경쟁력 확보도 필수다.

인천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와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보유한 패키징 기술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주력했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보다 한참 우위에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유세훈 박사는 "챗GPT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을 운용하려면 성능 좋은 반도체가 필요하고, 성능을 높이려면 반도체에 여러 개의 칩(chip)을 심는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시스템반도체용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에서도 첨단 패키징 분야 육성이 필요한데, 인천에 있는 세계 2·3위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와 인천시 주장이다.

전문가 "기술력, 대기업보다 우위"
소부장 1300곳과 '가치사슬' 형성


인천 남동산단 등지에는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1천300여 개가 몰려 있는데, 스태츠칩팩코리아와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등 주요 기업과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기업과 관련 중소기업이 인천에 모인 이유는 반도체 수출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있다. 운송으로 인한 파손 비용이 큰 반도체는 육상운송 거리를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대만과 일본 등 세계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제공항 주변에 조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지역 반도체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8억 달러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전국 1위(32%)다.

인천시 관계자는 "스태츠칩팩코리아의 생산 물량 30%는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고, 인천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은 생산 물량 90% 이상을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에 납품할 정도로 가치사슬이 탄탄하다"며 "인천의 선도 기업을 단순히 외국계 기업으로 볼 게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