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는 왜 일을 하는가? 그리고 어떤 이유로 노동력을 제공할 회사를 선택하는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모범적인 답변은 자아실현 또는 성취감일 것이고, 조금 더 솔직하고 속물적인 대답은 돈벌이일 것이다. 물론 누구나 적성을 실현함으로써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내가 새 직장에서 가장 만족한 요소가 도보 출근인 것처럼, 세상과 기술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만큼 노동자가 직장을 선택하고 떠나는 이유도 하나의 답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작년 신입사원 퇴사 가장 큰 이유
절반이상 '직무가 적성 안 맞는다'
조직문화·직무 적합성 개념 광범위
여러 분야의 기업을 만나 각종 인사·노무 분야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개편의 대상은 보수나 평가, 조직문화 등으로 다양하더라도 결국 한 가지 목표로 귀결되곤 한다. 직원들, 특히 젊은 직원들의 퇴사를 막고 조직을 성장시킬 인재를 유인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신입사원의 이직 중 절반 이상이 2년 내 이뤄지고 있으며, 한 구인·구직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가장 많이 퇴사하는 시기는 6개월 이내라고 한다. 잦은 입·퇴사로 인한 인재 유출과 인사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퇴사 방지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연봉이나 성과급 등 보상을 추가하면 젊은 직원들은 퇴사 결심을 거둘까? 하급자의 기존 연봉이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기업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엇나간 대책일 가능성이 크다. 딜로이트가 펴낸 2018 밀레니얼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가 입사를 결정하는 요인의 1순위는 조직문화였고 그다음이 보상이었다. 국내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신입사원을 채용한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기 퇴사 이유 중 연봉 불만은 4위에 머물렀다.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장 큰 이유는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단, 조직문화나 직무 적합성은 너무나 광범위한 개념임을 주의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온화하고 수평적인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법을 준수하는 근로 환경, 자유로운 휴가 사용, 원활한 협업 시스템, 교육과 성장에 대한 지원,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 리더의 통솔력과 지도력 그리고 간식이 가득한 사내 휴게시설까지 매우 폭넓은 요소를 포함한 개념이다. 직무 적합성 또한 단순히 일의 내용과 직원의 성향이 잘 맞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직무의 내용과 범위가 명확할 것, 직무를 믿고 배울 사수와 시스템의 존재, 조직 내에서 해당 직무의 비전이 투명한지까지 통틀어서 '직무 적합성'이라는 이름표가 붙을 수 있다.
왜 선택했는지… 왜 떠나고 싶은지
직접 듣고 피드백 제시 가장 중요
결국 퇴사를 막는 방안은 노동자가 왜 이 회사를 선택했는지, 왜 떠나고 싶어 하는지 면면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전문가의 조언이나 MZ 세대를 분석한 책도 좋지만, 지금 조직을 책임지는 바로 그 노동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피드백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들과의 1대1 인터뷰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가능하고, 문제가 시급하다면 당장 설문조사나 워크숍을 기획할 수도 있다. 모두의 뜻을 충족할 순 없겠지만, 가장 의미 있는 목소리를 뽑아내 조직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유사한 욕구를 가진 인재를 유인할 매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은 언제나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