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국회 출입 시절을 떠올리면, 국회 대정부 질문 때면 늘 한산했던 본회의장 방청석이 만원사례였다. 질문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지역구 유권자들을 초청했던 것이다. 의원들은 장관을 몰아붙이며 의정활동을 과시하고, 유권자들은 웅장한 국회 본회의장을 내려다보는 호사를 누리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청문화였달까.
19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 20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본회의장 방청석엔 견학차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있었단다. 그 앞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상대당 대표의 연설을 막말과 야유로 방해하는 추태를 부렸다.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동 수사해서 몇명이나 죽였느냐"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분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날 작정하고 김 대표의 연설을 시종일관 방해했다. 야당의원들의 "일본 대변인이냐", "오염수나 마셔라", "땅 땅 땅" 등 야유와 이에 반발하는 여당의원들의 고성에 김 대표의 연설이 묻혔다.
국회법 153조는 흉기를 지닌 사람, 술기운이 있는 사람,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 등은 국회 방청을 허가하지 않도록 했다. 또 국회의장은 154조에 따라 회의장 내 질서를 방해하는 방청인은 물론, 방청석이 소란할 때는 방청인 전원을 퇴장시킬 수 있다. 이틀 동안 본회의장을 방청한 초등학생들에겐 여야 국회의원들이 술 취했거나 정신 이상이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을 테다. 회의장 질서는 국회의원들이 무너뜨렸다. 본회의장에서 퇴장당할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었다.
초등학생들이 경청과 존중이 없는 저질 국회 풍경을 민주주의 정치로 견학하고 수학했을까봐 겁이 난다. 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은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금지한다. 청소년 이용불가, 이른바 '청불' 규제다.
이번 교섭단체 대표연설 장면은 폭력적, 반사회적, 무자비한 표현방식, 차별과 비하, 증오심 유발과 선동, 저속한 언어 등 청불 기준에 모자람이 없다. 국회 본회의장을 이런 식으로 더럽힐 거면, 청소년의 국회 방청을 제한해야 한다. 보고 배우고 모방하면 안 될 만행들이다. 아예 한 발 더 내디뎌 물리적 언어적 정쟁의 뉴스에도 19금 딱지를 붙여볼 만하다. 뉴스가 안 되면 하던 짓도 멈추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