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컨퍼런스 책자에 수록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피 흘리는 바다거북이 이야기 역시 내 눈에 들어왔다.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텍사스 해양 연구팀이 바다거북의 콧구멍 안에서 벌레로 보이는 물질을 발견하고 집게를 사용해 3㎝ 정도 물체를 꺼내어 절단해보니 오래된 플라스틱이었다. 콧속 깊이 박혀있는 나머지 잔해를 빼내고 보니 무려 10.16㎝ 플라스틱 빨대가 나왔다. 빨대를 제거한 뒤 거북은 출혈을 멈추고 회복한 후 자신의 생존지로 돌아갔다. 피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바다거북의 모습은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가 동물들에게는 살해병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플라스틱 때문에 죽어간 바다거북은 연간 10만 마리이고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은 새는 연간 1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몇 년 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의 이야기인 '알바트로스' 다큐가 상영되기도 했었다. 한번 날기 시작하면 몇 달 동안 바다 위를 비행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알바트로스가 자신의 새끼에게 먹이를 토해 먹여주는 장면에서 먹이와 함께 플라스틱 등 이물질들이 등장한다. 플라스틱이 어미 새의 부리를 통해 새끼 새에게 전해지고, 연약한 새끼들은 내장에 온갖 플라스틱을 채우고 죽어간다. 이 순간 우리는 인식하게 된다.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는 해양오염은 단순한 동물학대가 아니라, 동물을 죽이는 살해도구라는 것을. 편리함을 추구하고 소비를 가속화하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의 끝없는 소비를 강요당하고 살고 있다. 각종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와 음료수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과연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산과 바다를 물려줄 수 있을까?
2017년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6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톤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또 버려진 63억톤 중 재활용된 비율은 불과 9%밖에 되지 않고 91%는 중국, 필리핀 등에 팔려 그 나라들의 산과 강, 바다 등에 버려졌다. 그런데 전 세계 5대양 6대주는 해양을 통해 순환하고 있어 그 나라에 투척된 쓰레기들이 이제 다른 나라의 바다도 오염시키고 있다. 내 나라 땅 밖으로 쓰레기를 던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설정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인간 우위의 사고로 자연과 환경을 객체화하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산과 바다와 하늘, 식물과 동물은 모두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자연을 대상화해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오만함은 환경오염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 환경을 인간의 발아래 두지 말고 그들을 우리의 친구로 받아들일 시간이다.
산은 산의 논리와 그들의 생존방식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 바다는 우리가 더울 때 찾아 쉴 수 있지만, 그렇다면 더욱 그들의 순수함과 청결함을 지켜주어야 한다. 하늘은 더욱 파랄 수 있도록 그 대기를 뿌옇게 오염시키는 산업에 대해서 좀 더 엄격한 절제를 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인간에게 많이 유익하다 해도.
사실 온실가스 줄이기 협약을 국제적으로 다루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산업 및 경제 고도화를 통해 자국의 경제력을 강화시키는 것 못지 않게 이제 건강하고 깨끗한 대기와 토양, 해양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강력한 정책도 필요하다.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자구적 노력뿐 아니라, 법과 제도로 환경을 훼손하지 못하게 테두리를 긋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 당장 내가 불편해도 내 아들과 딸을 위해 그 힘듦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은 정말 공기를 사 마시면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유영두 경기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