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의 킬러문항 논란으로, '공정수능'이 화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대학입시가 공교육의 범위를 넘어선 초고난이도 문제 출제로, 사교육 시장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절대평가 상 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지만, 이를 통해 탄생한 수백억대 연봉의 일타강사 등 사교육 카르텔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치솟는 사교육비는 서민 가정을 옥죄는 1순위로 떠오른 지 오래다.
게다가 과도한 사교육비 등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가 마주한 최대 숙제라는 표현도 과도하지 않다.
'변별력' 명분… 초고난도 출제
대형학원 입시대비 고액 사교육
배제 추진, 또 다른 마케팅 준비
일각 "역할 못하는 공교육 원인"
■ 킬러문항이 뭐길래
=킬러 문항은 초고난도 문항을 뜻한다. 절대평가에 따른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급 '불국어'로 꼽힌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31번의 경우 과학과 철학이 융합된 지문을 읽고 만유인력에 대한 별도 제시문을 해석해야 하는 문항이어서 고교생 수준에서 풀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셌다.
실제 지난달 국가교육위원회가 개최한 '2023 미래 국가교육 대토론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수능 1등급을 가려내기 위한 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은 꼬고 또 꼬아서 만들기 때문에 전문가도 풀지 못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이런 킬러 문항은 학교에선 대비가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핵심 원인이란 지적이다. 기업형 입시학원들도 킬러문항 대비에 집중하며, 고액의 비용으로 학생들을 모집해 왔다. 킬러문항을 풀어내느냐 못하느냐가 상위권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된 셈이다. 킬러문항이 재수생을 양산한다는 분석도 있다.
■ 상식 넘어선 사교육 시장
=교육부와 통계청이 2007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월 22만2천원에서 지난해 41만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일뿐,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사교육비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요 학원가의 경우 과목당 학원비가 40만~50만원을 상회하는데 중·고교생 2명의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월 학원비만 2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사교육비는 저출산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8년 20~40대 여성 직장인 516명을 설문한 결과에선 출산을 망설이는 원인으로 '소득 및 고용 불안'(30.6%)에 이어 '사교육비 부담(22.3%)'을 꼽았다.
■ 정부 사교육 카르텔 겨냥했지만, 학원 또 다른 마케팅?
=킬러문항은 수능 출제기조를 넘어 교육계와 사교육업체의 '카르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교육당국이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킬러문항 출제를 계속 눈감아 왔고, 사교육 업계는 이를 최대로 활용해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치동의 일부 대형학원은 수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수능 출제경향과 비슷한 킬러문항이 포함된 사설 모의고사를 만들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내세워 '킬러 문항 출제 배제'를 공언했지만, 일부 학원들은 '준 킬러문항 대비'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교육부는 최근 논란이 된 사교육 '이권 카르텔' 사례와 학원의 허위·과장 광고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오는 26일 수능 관련 내용을 포함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 관련기사 2·4면(2025학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공립 온라인학교'도 17곳 확대 운영)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