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외를 금지한 전두환 정권은 대안으로 TV 강의에 공을 들였다. EBS 수능방송의 모태다. 이때 국어 과목 서한샘(1944~2019) 강사가 친근한 화법으로 깜짝 스타가 됐다. 수강생들의 몰입도를 올리려 반복하는 '밑줄 쫙, 돼지 꼬리 땡~'은 단박에 유행어가 됐다. 개그맨 최형만이 그를 흉내 낸 '랄랄라 선생님'이란 개그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강의기법을 이어받은 유명강사가 여럿이다.
1990년대 후반 이름을 알린 '손 사탐' 손주은(62)은 사회탐구영역의 독보적 존재로 추앙받는다. 서울대를 나와 10여 년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학원계에 입문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그룹과외를 하다 보습학원을 열면서 강남의 '1타 강사'로 떠올랐다.
열정적인 성격과 빼어난 말솜씨, 수능 맞춤형 강좌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열광했다. 통합 수능 사회탐구 영역 강좌를 개설한 강남 대일학원 일대 도로는 심야시간대에도 차량이 정체됐을 정도란 일화가 전한다. 학원이 소재한 대치동이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가 된 데는 '손 사탐'의 역할이 컸다는 후일담도 있다. 어학 사전에 '손 사탐'을 치면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관련 내용이 뜬다.
연봉 수백억대라는 강남 '1타 강사'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킬러 문항'을 강하게 비판하자 이를 반박하면서다. 수학 1타로 알려진 강사는 SNS에 '애들만 불쌍하지,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전했다. 국어 강사는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 하면(중략)… 한국 엘리트들은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수능 개선에 대한 찬반과 별도로 여론은 스타 강사들에 우호적이지 않다. 킬러 문항이 사교육을 키웠고, 학원가와 강사들이 이에 편승해 거액의 돈을 챙겼다는 시각에서다. 1년 소득세가 100억원을 넘는다는 일부 강사의 '플렉스(flex) 행태'가 소환됐다.
선망의 대상인 스타 강사는 사교육 카르텔의 수혜자들이다. 킬러 문항에 청춘이 좌절하고,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 등허리가 휘었다. 저출산도 사교육과 무관치 않다. 교육개혁엔 여·야, 진·보가 따로 없을 것이다. 킬러 문항 삭제, 학원가와 강사들을 넘어서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