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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6·25 전쟁 73주년이었다. 민주진영과 공산진영 국가들이 벌인 최초의 국제전이, 독립한 지 5년밖에 안된 한반도에서 발생했다. 하마터면 대한민국이 정부수립 2년만에 지도에서 사라질 뻔 했다. 전세 역전의 발판이 됐던 백선엽의 다부동 전투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6·25 전사(戰史)의 백미로 꼽히는 이유다.

전쟁의 서사는 이처럼 위대한 작전과 전투와 영웅들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이름 모를 장병들과 민중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서사이다. 수많은 전선의 참호들이 장병들의 무덤이 됐다. 군번 없는 학도병, 탄약을 보급했던 지게부대 민간인들의 희생도 헤아릴 수 없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선에서 유골로 귀환하는 참전용사들로, 6·25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국가가 국가답고, 국민이 국민다우려면 참전용사를 극진하게 예우해야 하다. 6·25 참전용사가 지켜낸 대한민국에서 호사를 누리는 정부와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다. 현실은 다르다.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도 무례해졌다. 참전 유공자에게 지급되는 명예수당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사는 곳에 따라 명예의 금전적 가치를 차별하다니 말이 안된다.

그래도 올해 참전용사들에게 큰 선물이 배달됐다. 국가보훈부가 참전용사들을 위해 제작한 '영웅의 제복'이다. 그동안 참전용사들은 6·25참전용사회에서 만든 조끼를 사비로 구입해 착용했다. 명예의 복식으로는 터무니 없는 디자인이었다. 영웅의 제복을 입은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근사하다. 제복 하나로 보훈정책이 날개를 달았다.

국가보훈부에 등록된 6·25 참전유공자는 4만7천996명이다. 대부분 90대이다. 이들의 한결 같은 소원이 있다. 참전 유공자회 회원 자격을 후손까지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5년 내에서 참전유공자들이 자연 소멸하면서, 나라를 지켜낸 참전의 기억도 사라질까 걱정한다.

관련 법이 국회에서 계류된 채 통과될 기미가 없단다. 참전유공자에 대한 보훈 혜택은 유공자 본인에게만 제공하고, 후손들은 참전유공자의 명예를 계속 기릴 수 있도록 한다면 큰 무리가 없지 싶다. 참전유공자들은 국가를 상징하는 무형의 문화유산이다. 유공자들의 자연수명과 함께 사장시킬 일이 아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