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자화상
나혜석 '자화상'.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나혜석, '자화상'·'김우영의 초상' 전시
유럽여행 중 파리 체류 시기 작품 추정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면서 여성 소설가인 나혜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남겼다.

1913년 일본 도쿄의 조시비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18년 귀국해 잠시 정신여학교 미술교사를 지낸 그는 1919년 3·1 운동에 참가해 5개월간 투옥되기도 했다.

1921년에는 서울 경성일보 내청각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서울에서 열린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전이었다.

이후 남편 김우영의 시찰에 동행해 조선 여성 최초로 유럽과 미국을 여행했고, 이때 체득한 인상주의 표현주의가 작품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원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인 '자화상'과 '김우영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두 작품은 유럽 여행 중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자화상'은 인물의 성별과 인종을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서구 미술 양식을 연구하고 분석해 작업에 적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박래현, 시간의 회상
박래현 '시간의 회상'.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래현, 1950~1970년대 작품 감상 가능
기하학~순수 추상 등 화풍 변화 파악


동양화가 박래현은 1939년 일본 도쿄 조시비미술대학에서 일본화를 배우고, 재학 중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수상했다. 귀국 후에는 김기창을 만나 결혼한 후 꾸준히 부부전을 개최했으며, '대한미협전'에서 '이른 아침',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노점'으로 연달아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펼치게 된다.

박래현은 1940년대 일본 전통 채색화의 영향으로 사실적 표현의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1950년대에는 구상 작품에 선과면 같은 기하학적 요소를 접목하기도 했다.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색과 윤곽선으로 화면을 채워나가는 순수 추상으로 변했는데. 이때부터 빨강, 노랑, 검정의 강렬한 색면을 기반으로 맷방석의 모양이나 엮음, 유기체의 조직 세포, 동심원적 형태와 구멍, 포물선 같은 주머니 형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여성적 이미지와 생명의 근원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으며, 표현의 측면에서 실과 노끈, 천 조각 같은 재료와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기법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확장 시켰다.

전시에서는 1950년대 작품인 '건어'부터 1965년 '작품11', 1970년대 초반의 '작품', '시간의 회상', '기원B' 등 박래현 작품의 변화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천경자, 누가 울어2
천경자 '누가 울어2'. /서울특별시 제공

천경자, 35마리 뱀 그려낸 '생태' 유명
미국여행후 창작 '누가 울어 2' 등 선봬


천경자는 한국화를 현대화해 독자적인 채색화를 구축한 작가이다. 1952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생태'는 사회적·내면적으로 고난의 시간을 보낸 작가의 정서가 35마리 뱀의 도발적인 구도로 표현된 작품으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54년 홍익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이듬해 '대한미협전'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1957년 새로운 미술을 모색하는 미술 동인 '백양회'와 '모던아트협회'에 참여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천경자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꽃과 여인을 소재로 자전적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 각국을 여행한 후 1980년대부터는 이국적인 풍물로 구성한 화면을 보여줬는데, '누가 울어 2'는 미국 중서부를 여행하고 그린 작품이다.

가수 배호의 노래 '누가 울어'에서 영감을 받아 제목으로 사용한 이 작품 속의 여인은 무언가 회고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1950년대 작가의 초창기 사생적 채색화 기법을 볼 수 있는 작품 '송아지'는 간결한 배경에 외로움의 정서가 배어나는 분위기, 먹의 중첩이 이후 그의 자전적 작품들과 비교하며 볼만하다.

1960년대에는 파란색과 회색 계열의 색을 사용하며 보다 환상적이고 초현실적 작품을 선보였는데, '청춘의 문'은 여배우 초상을 몽환적인 구도로 그려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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